[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삼성전자와 애플의 최고경영자(CEO)가 21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특허 분쟁을 마무리짓기 위한 협상을 시작했다. 양측 CEO의 회동이 극적 합의로 이어져 1년간 진행된 소송전에 종지부를 찍을 지 아니면 끝내 협상을 타결짓지 못하고 장기전으로 가는 시발점이 될 지에 이목이 쏠린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은 21일(현지시간) 오전 샌프란시스코 모처에서 팀 쿡 애플 CEO를 만나 협상에 들어갔다. 조셉 C. 스페로 판사의 중재 아래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과 주요 실무진들이 함께 참석했다.
양측은 당초 샌프란시스코 법원에서 회동할 예정이었으나 법원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자 부담을 느껴 로펌 등 법원이 아닌 다른 곳에서 협상에 들어갔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법원의 중재로 협상을 하는 경우 협상 장소로 법원이 아닌 곳을 선택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구글과 오라클의 CEO도 법원의 중재로 협상에 들어간 적이 있는데 이들은 모두 법원에 출석했다.
최지성 부회장과 팀 쿡 CEO는 22일 오전에도 한 차례 더 회동한다. 양측이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된 것은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의 루시 고 판사가 지난달 17일 협상을 명령한 데 따른 것이다.
지금까지 양사의 물밑 협상설은 여러 차례 흘러나왔으나 법원의 중재로 공식적인 협상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애플은 삼성전자가 아이폰, 아이패드의 디자인 권리, 사용자환경(UI)을 침해했다고 주장한다. 삼성전자는 애플이 자사의 3세대(3G) 통신 특허를 침해했다고 맞선다. 공식적인 첫 협상인만큼 삼성전자와 애플이 극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신종균 사장은 출국 전 "애플과의 협상 방안으로 크로스 라이센스를 포함해 수많은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양사가 서로 문제 제기하는 이슈가 다른 데다 법원의 중재로 협상에 착수하게 된 만큼 결과를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지적도 있다. 특허 소송을 진행 중인 구글과 오라클도 지난해 유사한 법원의 명령에 따라 협상에 들어갔으나 의미있는 결과를 도출하지 못하고 다시 법적 분쟁을 진행 중이다.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오히려 장기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양측 CEO가 회동한 이날 애플은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 '갤럭시탭 10.1'에 대한 판매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미국 항소 법원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이 지난해 애플의 삼성전자 태블릿PC 판매 금지 요청을 기각한 데 대해 재심리가 필요하다고 판결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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