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이민우 기자] 새누리당의 대선체제를 이끌 '황우여 대선팀'이 출범했다. 지난 15일 전당대회에서 새누리당의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된 황우여 대표는 1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첫 최고위원 회의를 주재하고 "대선경선 체제를 조속히 갖추고 대선 기반을 닦는 일을 최우선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또 "지난 총선에서 내세운 민생 공약에 대해 (19대 국회가 열리고) 100일 안에는 모든 법안을 제출토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생을 강조했지만 방점은 대선에 찍었다.
황 대표가 밝힌 것처럼 그의 최대 임무는 당내 대선경선 관리다. 친박(親박근혜)이 당을 사실상 '접수'하면서 상대적으로 소외감이 커진 정몽준ㆍ이재오 의원,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 비박(非박근혜) 대선 주자들의 반발과 정치공세가 점점 더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박(박근혜) 대 비박' 파열음은 당장 이날 회의에서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완전국민경선(오픈프라이머리) 도입 문제가 쟁점이 됐다.
비박 주자 가운데 유일하게 지도부에 입성한 심재철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완전국민경선제에 대해 본격적인 실무검토를 해달라"고 황 대표에게 촉구했다.
그러자 친박 정우택 최고위원은 "실질적으로 완전국민경선은 쉽지 않은 얘기"라며 "실무검토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역시 친박인 유기준 최고위원이 "경선룰을 바꿔야 한다면 논의 과정에서부터 많은 논란이 생길 것"이라고 정 최고위원을 거들면서 회의는 친박 대 비박의 설전 양상으로 흘렀다.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완전국민경선에 반대하며 현행 경선룰을 가지고 경선을 치르자는 입장이다. 범친박으로 분류되는 황 대표는 그간 "완전국민경선 도입은 신중해야 한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수 차례 밝힌 바 있다. 황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완전국민경선이 쟁점이 되자 "심도 있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당내 경선이 이처럼 박 대 비박 구도의 공방이나 네거티브로 흐를 경우 누가 최종 후보로 뽑히든 내상(內傷)을 입은 상태로 본선을 치러야 한다.
박 전 위원장의 아슬아슬한 대세론도 연대 혹은 단일화가 성사된 야권과의 맞대결 앞에서는 지금과 같은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
결국 황 대표는 당내 경선을 '당내 갈등의 장'이 아닌 '당내 잔치'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기가 쉽지만은 않아보인다.
정몽준 의원은 최근 언론의 표현을 빌려 황 대표를 '환관'이라 칭하며 깎아내렸다. 이재오 의원은 박 전 위원장을 '독재자의 딸'이라고 비난했다.
이ㆍ정 의원은 나아가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 이슈로 연대하는 분위기다. 정 의원과 김문수 지사는 대선 출마 선언 직후부터 완전국민경선제 도입을 주장하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개헌 이슈와 경선룰을 둘러싸고 '김ㆍ이ㆍ정+알파'의 협공이 예상된다.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내부의 피아(彼我) 구분은 이처럼 뚜렷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황 대표가 얼마나 매끄럽게 '새누리 대선호'를 이끌 지 관심이다.
황 대표는 조만간 비박 대선주자들을 포함한 친박 및 비박 중진들을 두루 만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효진 기자 hjn2529@
이민우 기자 m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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