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신화 父電子電…'디지털리빙'에서 '자동차'로
디지털리빙에서 자동차로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시대의 성장 기반이 집이었다면 이재용 사장 시대는 자동차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글로벌 완성차 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을 연이어 만나고 있는 것은 이같은 장기전략구도에 따른 것으로 확인됐다.
이 회장이 반도체를 통해 디지털 리빙을 주도하며 삼성 신화를 창조했다면, 이 사장은 자동차 솔루션를 통해 첨단 자동차 시대를 열어 또 다른 삼성 신화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14일 삼성그룹 고위관계자는 2008년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전략기획실을 해체한 이후 그룹의 미래를 위한 테스크포스가 만들어졌는데 이 자리에서 자동차 솔루션을 비롯한 향후 먹거리가 논의됐다고 전했다.
이 회장이 삼성전자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회사를 키워낼 수 있었던 것처럼 회사를 이어받는 이 사장이 다시 한번 삼성그룹을 도약시킬 수 있는 먹거리를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그동안 전기차 배터리 등 일부 품목이 삼성의 신수종 사업 발표에 포함돼 있었지만 사실은 이미 5년전부터 전자를 기반으로 한 자동차 사업 전 영역을 성장동력으로 삼았던 셈이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 시대에 전자(반도체, 휴대폰 등) 분야로 지금의 삼성그룹을 일궈냈다면 이재용 사장 시대에는 자동차가 될 것"이라며 "완성차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 안의 첨단 부품들을 삼성전자와 관련 계열사가 모두 채워넣겠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삼성전자와 전자 계열사들은 '디지털 리빙'에 중심을 두고 사업을 진행해왔다. 디지털 리빙에서 중심은 TV다. 거실에 놓이는 TV를 기반으로 스마트폰을 비롯한 삼성전자의 모든 역량을 집중시키는 것이 삼성의 성장 전략이었다.
삼성전자는 하드웨어로 소프트웨어, 서비스 업체들의 영역을 침식하고 있다. 스마트TV 사업을 시작하며 케이블TV 업체, IPTV 업체들의 영역인 방송시장에 조금씩 발을 들여놓고 있다. 스마트폰의 경우 이미 통신사들이 망 제공 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빠져있다.
디지털 리빙 이후의 계획이 바로 자동차다. 완성차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 내의 모든 첨단 부품들을 삼성전자와 전자 계열사가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이미 수년전부터 자동차와 관련한 준비를 해 왔고 반도체가 가장 먼저 나설 것"이라며 "차량용 반도체를 시작으로 디스플레이, 자동차용 가전, 스마트폰을 이용한 자동차와의 유기적인 연결 등 삼성전자 전 부문이 자동차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계획대로라면 자동차 업체들은 외관과 엔진 등 구동계 부품을 만들고 그 안의 모든 편의시설은 삼성전자가 채워넣게 된다. 집에서 자동차로 삼성전자의 주 사업영역이 이동하는 것이다.
이 사장은 글로벌 자동차 업계 CEO들을 만나면서 전기차용 배터리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와 전자 계열사들이 보유한 자동차용 솔루션들을 포함해 전사적인 협력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전자업계는 지금까지 디지털 가정에 관심을 기울여왔지만 이제 자동차로 이동하고 있는 추세"라며 "삼성그룹 역시 이건희 회장이 과거부터 현재까지 디지털 가정으로 성장을 이뤄왔다면 이재용 사장 시대에는 디지털 자동차로 성장을 이어가는 데 주력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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