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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개진 통일항아리, 대통령 월급이 붙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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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이명박 대통령이 28일 자신의 다음달 월급을 '통일항아리'에 채워 넣겠다고 공언했다.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다.


통일항아리란 류우익 통일부 장관이 지난해 취임 후부터 줄곧 강조해온 단어로, 통일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상징한다. 통일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미리 돈을 모으자는 측면도 있지만, 그보다 통일에 무감각해진 우리 사회가 보다 실질적으로 통일준비를 해나가야 한다는 류 장관의 소신에 따라 직접 단어를 골라 명명됐다. 류 장관은 조만간 항아리를 직접 빚을 계획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류 장관은 이날 이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그것(이 대통령의 다음달 월급)을 1호로 해야겠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아직 통일항아리에 이 돈을 담을 수는 없다. 관련 규정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18대 국회에서 송민순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은 통일항아리와 같이 별도의 계정을 만드는 내용의 남북협력기금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통과되지 않았다. 기초재원 역할을 할 남북협력기금 등을 둘러싸고 여야간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은 국회일정을 감안하면 사실상 폐기다.


대통령이 선뜻 한달치 월급을 쾌척함으로써 통일항아리의 상징성은 강화됐지만 당장 큰 효과를 기대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청와대가 측근비리로 정치적으로 곤란한 상황에 놓인데다 북한은 이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면서 대남 무력도발 메시지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통일항아리가 남측 내부는 물론 북한을 향한 정치적 메시지인 점을 감안하면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3대 세습을 마무리 지은 북한이 최근 연일 강경한 태도를 고집하면서 이를 바라보는 남한 내 여론도 감안해야 한다. 안팎으로 쉽지 않은 상황에서 주무부처인 통일부의 의지만으로 추진하기 쉽지 않은 이유다. 정치권은 19대 국회가 구성되기도 전부터 대선모드에 들어서면서 정책추진 동력도 사라진 상태다.


통일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갈수록 늘어나는 점도 걸림돌이다. 지난해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통일이 필요하다고 보는 사람은 전년에 비해 줄어든 반면 통일에 관심이 없거나 불가능하다고 보는 사람은 늘었다.


'1호' 재원이 마련된 만큼 2, 3호 역시 곧 나올 것으로 보인다. 연말 대선공약에선 어떤 방식으로든 통일비용 문제가 거론될 것이다. 사실 통일항아리는 전후관계가 교묘히 얽혀 꼬리는 물고 있는 문제다. 미리 재원을 마련해 통일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시킬 것인가, 아니면 통일 공감대를 확산한 후 재원 마련에 나설 것인가. 어떤 쪽이든 류 장관 운신의 폭은 넓지 않아 보인다.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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