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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삐삐'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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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삐삐'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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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전람회 1집, CD플레이어, 펜티엄 컴퓨터…그리고 삐삐'

90년대 향수를 불러일으킨 영화 '건축학개론' 주인공 서연과 승민의 추억은 어디로 사라진걸까. 서연을 연기했던 수지는 한 인터뷰에서 "아직도 삐삐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94년생 그녀는 삐삐의 존재 자체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90년대 공중전화 앞에서 길게 줄지어 서 있는 사람들을 애태웠던 삐삐.


사실 수지가 마음만 먹는다면 삐삐를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 90년대 사용방식과 똑같은 삐삐를 이용하는 사람은 현재 1800명에 이른다. 한달 요금은 1만원. 삐삐가 한창 잘나가던 지난 97년 사용자가 1000만명을 넘었던 것에 비하면 비교조차 힘든 수치다.

90년대 후반 시티폰의 등장으로 삐삐 이용자는 급격히 퇴조했다. 하지만 4세대 이동통신인 LTE(롱텀에볼루션)가 등장한 지금도 삐삐로 연락을 주고 받는 이들이 있다는 건 흥미로운 일이다. 현재 삐삐 이용자들 중 병원 등 특정 분야 종사자들이 많지만 자발적 삐삐 사용자들도 다수를 차지한다. 다음 카페엔 회원수 3000명 규모의 '삐삐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도 있다.


삐삐 번호는 015-○○○○-○○○○다. 옛날 012, 015로 시작했던 번호 중 살아남은 건 015다. 국내 삐삐사업자로는 서울이동통신이 유일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수도권에서만 삐삐를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주파수 재할당을 받으며 전라남ㆍ북도에서도 삐삐가 터진다. 가입자수는 줄어드는 추세지만 오히려 서비스 지역은 넓혀가고 있다. 삐삐 주파수망을 재배치 하고 있어 신규가입은 올 하반기부터 가능하다.


추억의 물건 삐삐는 화려한 부활을 꿈꾸고 있다. 전화번호 남기기와 음성사서함만 됐던 삐삐에 유행하는 첨단기능을 입히고 있다. 올해 말이면 위치기반 서비스가 되는 삐삐, 문자를 보내고 받을 수 있는 삐삐, 기계와 기계간 소통하는 사물지능통신 기능을 입힌 삐삐 등이 선보인다.


서울이동통신 관계자는 "여태까지 삐삐가 일방향이 었다면 양방향 소통을 할 수 있게 된 셈"이라며 "새로운 형태의 삐삐가 나오면 삐삐 고객들도 점점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건축학개론 속 첫사랑의 추억도 올 가을 쯤이면 대학 새내기들의 현재로 되살아날지 모를 일이다.




심나영 기자 sny@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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