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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김정은의 김일성 따라 하기와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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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김정은의 김일성 따라 하기와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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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로 남북 관계는 상당 기간 긴장 국면에 들어갈 것 같다. 이로 인해 미국 등으로부터 식량 원조가 중단돼 애먼 북한 주민들이 굶주림 속에 고통 받을 것을 생각하면 같은 민족으로서 안타깝다.


김정은의 통치 스타일을 보면 할아버지 김일성을 롤모델로 삼아 따라 하는 모양이다. 머리 모양새부터 목소리까지 김일성 억양을 흉내 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왕 할 거라면 제대로 좀 했으면 한다.

김일성이 북한에서 정권을 휘어잡을 수 있었던 것은 해방 직후 토지개혁과 세제개혁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새파란 청년이 나타나 땅을 무상으로 나눠주고 세제도 개혁하여 합리적인 금액으로 낮춰주며 종국적으로 없애겠다고 하는데 누가 싫어했겠는가. 실제 김일성은 1974년 농민의 소득에 부과해 오던 농업현물세(남한의 농업소득세)를 없앴다. 당시 사회 빈곤층에 대한 과감한 비과세 조치를 한 것이다. 또한 북한 헌법에 '국가는 낡은 사회의 유물인 세금 제도를 완전히 없앤다'는 조문을 삽입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김일성은 왜 세금 제도를 없앴을까. 이는 북한 농민의 삶의 질 향상을 꾀함과 동시에 북한 국가기업의 이익만으로 경제를 꾸려갈 수 있고, 남한과 경쟁해도 이길 자신이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농민의 삶을 위한다는 측면이 있었지만 국가가 모든 것을 다 한다는 공산주의적 시각에서 나온 것이다.

이와는 달리 남한에서는 박정희 대통령이 경제개발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현행 세제의 근간인 부가가치세와 종합소득세를 도입했다. 남한은 증세를, 북한은 감세를 한 것이다. 그리고 30여년이 흐른 지금 남북한 간 경제 격차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벌어졌다.


이제 공은 김정은에게 넘어왔다. 김일성 시대의 이데올로기였던 공산주의도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북한 헌법조차 북한을 사회주의 국가라고 한다. 북한 주민을 굶주림에서 벗어나게 하고 또한 남한의 일정 수준에 도달할 정도로 북한의 경제력을 키워야 할 책무가 그에게 주어진 것이다. 국가 경영을 잘만 한다면 지하자원이 풍부하고 우수한 노동력을 보유한 북한이 단기간에 후진국에서 벗어나 중진국 대열에 합류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이를 위해 김일성이 토지개혁과 세제개혁을 했던 것처럼 김정은으로서는 시장경제 제도와 세제를 도입해야 한다. 이는 국가의 개입과 간섭보다는 개인의 자유와 창의력이 요구되고 발휘되는 사회로의 진입을 의미하며, 개인 기업을 육성하고 그 소득의 일부를 세금으로 흡수하여 국가를 운영하는 체제가 요구된다.


이 과정에서 김정은이 할아버지 김일성을 따라 해야 할 게 있다. 그 첫째는 주민을 굶주림으로부터 해방시키는 일이다. 남북 대결이 정점에 있었던 1970년대 초반 북한에서 대규모로 굶어 죽는 사례는 없었다. 지금처럼 외국에 식량을 구걸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1년치 식량을 사올 돈으로 한가하게 장거리 로켓 발사나 하는 것은 김일성도 용납하지 않았을 것이다. 두 번째는 북한 경제를 남한과 경쟁할 수 있을 정도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김일성도 한때 북한 경제를 남한에 버금하게 유지ㆍ발전시킨 적이 있다.


반면 절대로 따라 해서는 안 될 것도 있다. 첫째, 김일성이 민족 앞에 지은 전쟁의 죄와 인권 탄압을 배격해야 한다. 아울러 남한에 대한 도발과 무분별한 군비경쟁을 지양해야 한다. 둘째, 김일성이 취한 폐쇄경제 체제 대신 개성공업단지와 같은 개방경제 체제를 더욱 확대하는 것이다. 마침 김정은이 '경제 분야 일꾼과 경제학자가 제안하는 경제관리 방법을 색안경을 낀 사람들이 자본주의적 방법이라고 비판한다'고 발언했다니 북한의 변화를 지켜보자.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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