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총선 이후 확 커지는 존재감

[아시아경제 김종일 기자]4ㆍ11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압승한 것과는 별개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존재감은 역설적으로 커지고 있다. 총선 결과 '박근혜 대세론'이 굳어지고 '문재인 대망론'이 흔들리면서 야권의 유력한 대권주자로 평가받는 안 원장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총선의 결과는 무당파의 새누리당 쏠림 현상으로 요약된다. 새누리당을 지지해서라기 보다는 민주통합당에 대한 실망감이 새누리당의 반사이익으로 작용한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구도가 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기는 힘들다. 이미 국민들의 관심의 초점은 대선으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민주통합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로 평가받는 문재인 상임고문의 '낙동강 바람'이 '찻잔 속 태풍'에 머물면서 안 원장은 야권에서 가장 주목받는 잠룡이 됐다. 문 고문이 총선을 지휘한 PK(부산ㆍ경남) 지역에서 민주당이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해 문 고문의 대권 행보에는 사실상 '비상등'이 켜졌다.

반면 안 원장은 이번 총선에서 공식적으로는 중립을 지켜 별다른 외상을 입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기간 동안 두 번의 대학 강연과 선거 막판 동영상을 통해 투표 참여를 독려하며 자신의 영향력을 키워나갔다. 참신한 인물로 평가받는 민주통합당 인재근, 송호창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도 표명했다. 사실상 야당을 지원하며 야권 대선주자로서의 행보를 보인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압승을 거둔 것이 안 원장에게 마이너스가 아니란 얘기다. 추후 야권에서 안 원장의 역할이 확대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오히려 이번 결과는 안 원장에게 '호재'일 수 있다. 만약 민주당이 제1당이 됐거나 근소한 차이의 승부를 펼쳤을 경우 당내에선 '구원투수 안철수'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낮아질 수 있다.

하지만 총선에서 대패한 민주당 입장에선 대선까지 중도층과 무당파, 젊은층을 지지기반으로 하는 안 원장의 존재가 더욱 절실해질 수밖에 없다. 정계에서는 벌써부터 안 원장의 조기등판론에 힘이 쏠리고 있는 이유다.

물론 민주당의 가장 유력한 대선 주자인 문재인 고문의 영향력도 간과할 수는 없다. 총선에서 대패해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는 민주당에서 대권주자로서 문 고문만큼 인지도와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는 인물이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 대선 때까지 안 원장과 '페이스메이커(pacemaker)'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기도 하다.

임혁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야권의 유력한 대선주자인 문재인 상임고문이 본인은 당선됐지만 PK 지역에서 바람을 불러일으키지 못해 향후 정치적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며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이 스타 의원을 탄생시키지 못한 만큼 안 원장의 주가는 더욱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