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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신라호텔 점거 끝났지만 '떼법' 더이상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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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지난 3일 오후 60대 노인 14명이 가방속에 유인물과 농성을 위한 시너 등의 발화물질을 들고 신라호텔에 14층 객실에 들어섰다. 문을 잠그고 창 밖으로 유인물들을 뿌리며 5일간의 농성 시위를 벌이던 이들은 7일 자진 해산했다.


이들은 삼성전자의 전 협력사 엔텍 채권자들로 삼성전자에게 거액의 배상금을 요구하며 이건희 회장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10년전 일을 두고 양측은 진실공방을 벌였지만 주위의 시선은 싸늘했다. 외국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신라호텔이 이 일에 말려든 것이 화근이었다. 5일 동안의 점거 농성은 외신들도 큰 관심을 가졌다. 양측의 진실공방에 관심을 가진 것이 아니다. 호텔을 점거하고 농성을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신라호텔은 이번 사태로 큰 피해를 입었다. 농성을 벌이던 14층 객실을 모두 비워야했고 외국인 투숙객들의 항의로 몸살을 앓아야 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두고 '떼법'이 난무한다고 표현한다. 얼핏 들어도 생소한 단어인 떼법은 '법으로 안되니 떼를 쓴다'는 의미로 자주 쓰인다.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주변에는 항상 시위를 벌이는 사람들이 있다. 삼성전자의 공장이 있는 사업장 근처 주민들이 환경오염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시위부터 삼성이 지금까지 후원해오던 학교의 동문회들이 지원을 끊지 말아달라며 수개월째 농성을 벌이기도 한다.


이들은 시위를 위해 사전에 집회 신고를 하고 정상적인 방법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내세운다. 엔텍 채권단들도 불과 몇개월전에는 그랬다.


엔텍 채권단들은 이후 장소를 신라호텔로 향했다. 신라호텔을 불법점검한 뒤 엔텍 채권단들은 화제가 됐다. 국내 언론 뿐만 아니라 외신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그들에게 관심이 집중된 것은 본질이 아니라 호텔을 점거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는 점이었다.


엔텍 채권단들의 주장 보다는 외국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국내 대표적인 호텔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시위대의 일상을 중계하기에 바빴다.


시위대는 해산을 위해 나선 경찰측에 뛰어내리겠다거나 불을 지르겠다며 협박을 일삼았다. 신라호텔측도 된서리를 맞았다. 투숙객의 90% 이상이 외국인인 호텔에 불법 시위대가 한 층 전부를 점거해 확성기로 자신들의 주장을 외치며 농성하는 모양새가 얼마나 국격을 떨어뜨리는 일인지는 더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다.


결국 삼성전자는 불법점거를 풀고 양측이 대화해보자고 제안했고 이들은 신라호텔에서 나와 자진 해산했다. 해산하면서도 이들은 삼성전자가 이 문제를 해결해 주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해산한다며, 만약 해결되지 않을 경우 또 다시 싸울 수 밖에 없다는 단서를 남겼다. 이렇게까지 떼를 써도 안될 경우 더 강한 수단을 마련하겠다는 얘기다.


물론 삼성전자와의 대화가 잘 풀리길 기대한다. 하지만 만약에 해결이 안 되더라도 또 다른 떼법을 낳지 않기를 바란다. 채권단 몇명의 이익을 위해 대한민국의 대표적 호텔이 시위대에 점령당하는 모습으로 비춰지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


개인적 이익도 중요하지만 호텔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잃을 게 너무 많다. 핵안보 정상회의 등 국제적 행사를 완벽하게 치르면서 쌓아놓은 안전한 나라 한국의 이미지도 퇴색될 수 있다. 개인적인 이익도 좋지만 이성적인 판단을 기대한다.




명진규 기자 aeo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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