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기름 값은 천장 뚫린 듯 계속 오르는데 휘발유 소비는 오히려 늘었다. 왜 그럴까. 정부가 그 답을 '가짜 석유'에서 찾았다. 가짜 석유를 집중 단속하기 시작하면서 진짜 휘발유 수요로 자연스레 연결됐다는 것이다.
29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1월 휘발유 내수 판매량은 582만3000배럴로 지난해 같은 기간(541만2000배럴)보다 7.59% 증가했다. 역대 1월 소비량 가운데 최대치다. 같은 기간 휘발유 전국 평균 판매 가격은 ℓ당 7.11% 올랐다. 기름 값이 오르면 소비가 감소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에 반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발생한 셈이다.
이는 가짜 석유 근절을 위해 정부가 단속을 강화한 효과가 컸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관섭 지식경제부 에너지자원실장은 "가짜 휘발유에는 용제가 약 70% 혼합돼 사용되는 것을 감안한다면 불법 유통의 감소량만큼 휘발유 판매량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석유관리원 통계를 보면 가짜 석유에 대한 집중 단속이 이뤄진 최근 4개월 동안 가짜 휘발유의 주요 원료인 용제1호, 4호의 소비량은 9만4989㎘를 기록, 전년 동기 대비 42% 감소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정상 휘발유 판매 증가량(9만6990㎘)의 약 71%에 해당하는 수치다.
석유관리원은 ▲연도별 자동차 등록 증가 비율이 일정하고 그로 인한 휘발유 소비 증가량은 미미하며 ▲알뜰주유소의 이용률 통계 등을 살펴볼 때 소비자의 과소비 경향으로도 보기 어렵고 ▲주유소의 저장 시설 규모를 고려하면 사재기 역시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허은녕 서울대 교수는 "최근의 고유가 시대에는 차량 사용이 줄어 휘발유 소비가 감소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1월 휘발유 소비량 증가 통계는 가짜 석유에 대한 강력한 단속의 효과로 보인다"며 "그동안 잃어버렸던 휘발유 소비량이 제대로 통계에 잡힌 것으로 봐야 일리 있다"고 분석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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