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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약 다른 값…환자들만 모르는 약값의 진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34초

성분효능 같아도 가격 제각각 처방의약품
장기 처방 때 싼 약 대체조제는 환자 권리

같은 약 다른 값…환자들만 모르는 약값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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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병원에서 처방전을 받는다. 환자는 종이 한 장을 들고 약국으로 간다. 약사는 처방전에 따라 약을 담아준다. 돈을 내고 약국을 나온다.

늘상 있는 일이지만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일련의 과정에서 환자의 역할은 무엇인가. 그저 처방전을 병원에서 약국으로 옮겨주는 일인가. 그럴 바에야 그냥 처방전을 약국으로 '쏘면' 되지, 무엇하러 종이 낭비하며 심부름을 시키나.


환자에게 '약국 선택권'을 주기 위해서? 약국에 따라 약이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그런 선택권은 필요 없다. 하지만 조금만 똑똑해지면 이 과정에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익숙해지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천차만별 약값 "효과도 다를까"=환자가 의약품 처방(조제) 과정에 개입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약 선택이란 것이 매우 전문적인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시키는 대로만 해야 할까. 환자의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선 세부적으로 많은 내용을 살펴볼 수 있지만, 가장 대표적이고 간단한 분야는 '약의 값'을 환자가 정하는 일이다.


이를 이해하려면 병원 처방약의 가격이 어떻게 정해지는지 알 필요가 있다. "좋은(인기 있는) 약은 비싸고 덜 좋은(인기 없는) 약은 싸다"는 일반적인 경제 논리는 이 바닥에 없다. 약값은 보건복지부가 정하는 데 조금 희한한 공식에 따른다. 놀랍게도 "먼저 출시된 약이 비싸다"는 법칙이다.


예컨대 '글리메피리드(화학성분명, glimepiride)'란 당뇨약은 각 제약사가 다른 이름으로 같은 약을 만들어 판다. 이 약들은 성분과 효능 함량이 모두 같은 '동일한' 약이다. 하지만 가격은 다르다.


출시된(보험에 등록된) 순서에 따라 아마릴(한독약품)은 1알에 301원, 네오마릴(종근당)은 259원, 청계글리메피리드(청계제약)은 196원이다.


◆싼 약? 비싼 약? 선택은 환자가!=당뇨약은 글리메피리드 말고도 많다. 어떤 당뇨약을 쓸 것인가는 의학적 근거에 따라 의사가 판단한다. 의사가 '글리메피리드'를 쓰겠다고 하면 다음 선택은 동일한 약 중 어떤 회사의 것을 고르느냐다. 두 번째 선택도 의사가 한다.


하지만 두 번째 선택의 기준은 애매하다. 각 제품의 품질이 '동일하다'는 데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공식적으로는 다 같은 약이어서 '선택'이란 게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보통 3일치 처방이라면 어떤 약을 쓰든 가격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당뇨약과 같이 3개월 치를 한 번에 지을 때는 이야기가 다르다. "같은 약 중 저렴한 것으로 골라주세요"라고 의사에게 말하는 것은 환자의 권리다.


물론 어떤 약은 해당 성분에 오직 1개 제품만 있는 경우도 있다. 이 약을 쓴다면 가격 결정은 할 수 없다.


◆똑똑한 환자, 처방전을 가지고 놀다=정신 없이 진료하고 '다음 환자분!'을 외치는 의사와 가격 흥정하기가 부담스럽다면 기회는 한 번 더 있다. 약국이다.


의사가 '한독약품 아마릴'을 처방했더라도 환자가 약사에게 '저렴한 약으로 바꿔주세요'라고 요구하면 약사는 바꿔 조제할 수 있다. 간혹 약사가 "이 약은 우리 약국에 없는데 다른 걸로 드려도 되나요"라고 묻는 때가 있는데 이런 것이 법적으로 허용된 '대체조제'다.


하지만 아무런 정보가 없는 환자가 이런 요구를 하는 것은 쉽지 않다. 병원에서 약국으로 가면서 처방전에 적힌 약들의 가격 분포를 확인하고 내 약이 비싼 편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인터넷 조회로 가능).


그래도 방법은 있다.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은 '건강정보'라는 앱을 다운 받아 이용하라. 처방된 약의 이름을 넣으면 그 약의 가격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제품의 가격을 표시해준다. 무엇에 쓰는 약인지도 확인할 수 있다.


만약 글리메피리드 중 가장 비싼 '아마릴'을 처방 받았다면 해당 성분 중 저렴한 다른 약으로 바꿨을 때 생기는 가격 차이를 약사와 상의하라. 가격 편차가 심한 약이라면 3개월 치 약값에서 수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 돈을 좀 더 내더라도 이왕이면 유명 회사 제품을 쓰고 싶다면 그것도 환자 선택이다.


하지만 또 하나 고려해야 할 것이 있다. 비단 몇 백원 차이라도 이런 대체조제는 권장할 만한 일이다. 몇 백원이 모이면 수억원이 되고 이는 건강보험 재정을 절약하는 방법이다. 매년 건강보험료 인상에 거품만 물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공공의 지갑'을 건강하게 하는 노력도 의미 있는 일이다.




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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