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인행장 마지막 일성, 노조, 새 행장 출근 저지
[아시아경제 조영신 기자, 조목인 기자]2012년2월10일. 외환은행의 래리 클레인 행장이 이임식을 가졌다.
주가조작과 탈세 등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한국에서 떠난 것이다.
지난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한국에 모습을 드러낸 지 14년만이다. 론스타가 그동안 한국에서 챙긴 돈은 5조원에 달한다.
8일(미국 현지 시간) 미국 금융당국이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을 승인한 후 하나금융은 곧바로 한국씨티은행에 2조240억원(매각대금 3조9156억원중 외환은행 지분을 담보로 지난해 론스타가 대출해 간 1조5000억원과 세금 원천징수분 3916억원 제외)을 이체했다.
한국 정부와 한국 은행을 믿지 못한 탓인지 한국씨티은행에 주식 대금을 입금해 달라고 사전에 하나금융측에 요구했다.
수출입은행이 태그얼롱(Tag Alongㆍ동반매도권)을 행사한 외환은행 지분 6.25%(4794억원)에 대해서도 하나금융은 대금을 납입, 외환은행 지분 57.27%를 보유하게 됐다. 이사 선임 등 경영권을 법적으로 확보한 것이다.
최대 주주가 바뀐 만큼 론스타가 임명한 클레인 외환은행장의 임무도 지난 9일로 끝났다.
10일 오전 8시 55분께 클레인 외환은행장이 서울 을지로 2가 외환은행 본점 비밀 통로를 통해 대강당으로 들어갔다. 오전 9시에 진행된 이임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임식은 당초 오전 10시에 잡혔으나 9일 오후 늦은 시간 갑자기 변경됐다. 이임식은 조촐하게 진행됐다. 외환은행 부서장 등 간부 수십명만 참석, 클레인 행장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해서 인 지 떠나는 클레인 행장의 표정은 밝았다는 후문.
외환은행 직원들의 뜨거운 환송은 없었다. 직원들은 클레인 행장이 떠나든 말든 관심 밖이다.
오히려 전운만 감돌뿐이다.
외환은행 노조는 하나금융에서 신임 행장으로 내정한 윤용로 하나금융 부회장의 출근을 저지키로 하는 등 새로운 주인에 선전포고를 한 상태다.
하나금융은 외환노조의 강경방침에 대응하기 위해 9일 서울지방법원에 임시 행장 선임 허가를 신청했다. 이르면 13일 늦어도 다음주중 신임 행장이 외환은행 업무를 볼 수 있게 사전 법적 조치를 취한 것이다.
클레인 행장은 이임식 직후 기자와 만나 "외환은행 직원들은 모두 훌륭한 사람"이라고 치켜세운 뒤 "최근 변화는 외환은행 직원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에 대해서는 "한국 금융당국은 리더십이 있다"며 앞으로 한국 금융산업이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론스타가 한국을 떠난다는 것을 의식한 듯 클레인 행장은 다소 격앙된 어투로 말을 이어갔다.
향후 일정에 대해서는 "한국을 떠나기 위해 짐을 쌀 것"이라며 "앞으로 무엇을 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임식에 부인과 동행한 클레인 행장은 이날 오후 열리는 이사회에는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은행을 떠났다.
한편 클레인 행장 없이 2011년 외환은행 결산이사회가 이날 오후 열린다. 새로운 주인이 된 하나금융측 고위 인사가 이사회에 참석할 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외환은행측은 오후에 이사회가 열린다는 것 이외에는 몇 시에 어디서, 누가 참석하는 지 아무것도 아는 바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론스타가 지난 2003년10월 을지로2가 외환은행 본점을 점령한 후 생긴 기이한 문화다. 고급 정보는 물론 사소한 정보까지 통제하다보니 이사회 일정은 물론 행장의 이임식 조차 비밀에 붙였다.
조영신 기자 ascho@
조목인 기자 cmi0724@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