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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클래스증후군? "문제는 비행기표 값이 아니야!"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25초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간만에 서민들에게 좋은 소식. "1등석이 이코노믹석보다 꼭 좋은 건 아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이코노믹클래스증후군이 두려워 큰돈을 내고 좋은 자리로 옮겨본들 더 안전한 것은 아니란 의미다. 다시 말해 좁은 공간에 오래 앉아 있어 생기는 혈관질환은 좌석 크기와는 상관이 없다. 그럼 속칭 이코노미클래스증후군이라 불리는 '심부정맥혈전'의 원인은 무엇일까. 비행기표 값이 아니라 당신의 건강상태 그리고 습관이다.


◆상식을 뒤집는 새로운 의학지침

최근 미국흉부외과의사협회(ACCP)는 장시간 비행자의 건강에 대한 애매한 상식을 명쾌하게 정리해 지침 형태로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이코노믹석에 앉은 사람의 심부정맥혈전 위험이 더 넓은 자리에 있는 사람보다 높다는 증거는 없다. 좁은 자리에 움직이지 않고 장시간 앉아 있으면 심부정맥혈전이 오기 쉽다는 이코노믹클래스증후군의 개념을 부정한 것이다.

심부정맥혈전은 다리에 위치한 깊은 정맥에 피떡(혈전)이 생기는 증상이다. 통상 다리가 붓고 아픈 증상을 동반한다. 그러다 혈전이 떨어져 혈관을 타고 다니다가 폐로 가는 혈관을 막으면 폐색전증이 온다. 폐색전증은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상황이다.


◆가격보다는 당신이 처한 '상황'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위험하다는 것일까. 일단 대다수의 건강한 승객은 안전하니 큰 걱정을 하지 말라는 게 이번 지침의 메시지다. 장시간 비행 후 1달 내 심부정맥혈전을 겪을 위험은 4600번 비행에 1번꼴이라고 한다.


하지만 만의 하나라도 위험에 처할 수 있으니 안전한 비행을 위한 지침도 제시됐다. 이에 따르면 뚱뚱한 사람이 좀 더 위험하다. 경구용 피임약(에스트로겐)을 먹는 사람, 임산부, 암환자 등도 보통 사람보다 혈전 발생 위험이 높다(표 참조).


흥미로운 내용 하나. 비행기 좌석 중 창가에 앉은 사람은 복도 쪽보다 위험이 증가하는데 창가 쪽 승객이 일어나 걷거나 몸을 풀어줄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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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간 비행 땐 이렇게 준비하자


통상 6시간이 넘는 여행이라면 최대한 자주 일어나 움직이는 게 좋다. 비행시간이 2시간 늘어날 때마다 심부정맥혈전 위험은 18%씩 증가한다. 비행기가 아니라도 비슷한 상황의 버스나 기차, 자동차 운전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다리가 붓기 시작하면 긴장해야 한다. 심영기 연세S병원 원장은 "비행 중에는 기압 차이로 발이 조금 붓게 되는데 평소보다 심하게 그리고 갑자기 다리가 부어온다면 혈전이 생겼다는 신호일 수 있다"며 "즉시 일어나 다리를 움직여주고 '쪼그렸다 일어섰다'하는 행동을 해주는 게 증상 악화를 막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붓는 부위는 장딴지나 발등 등 무릎 아래다. 붓는 속도가 빠르고 통증이 온다. 다리가 딱딱해지는 느낌도 든다. 이때는 이미 혈전이 생긴 것이니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회복하기는 어렵다. 증상 악화를 막아주면서 곧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매우 드물지만 혈전이 떨어져나가 중요 혈관을 막으면 생명이 위험하다.


병원으로 이동이 여의치 않다면 간단한 응급처치를 하도록 한다. 승무원에게 압박붕대를 달라고 해서 다리를 감는다. 발목 부위는 좀 세게 감고 허벅지쪽으로는 느슨하게 감아준다. 아스피린이 있다면 2알 정도 먹는다(200mg). 아스피린은 혈전이 추가로 생기는 것을 막아준다.


자신이 비행 중 다리가 잘 붓는 편이거나, 심부정맥혈전 위험인자를 2개 이상 가진 고위험군이라면 아스피린 1알을 탑승 전 먹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만 아스피린 부작용이 있으니 평소 자신을 관리해주는 의사와 상의하도록 한다. 다리가 부으면 물을 충분히 마시고 소변을 보는 것도 증상 악화를 막는 방법이다.


김재영 강남연세흉부외과 원장은 "다리가 부었다는 것만으로 혈전이 생겼는지 아닌지를 구분하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힘들다"며 "하지만 심부정맥혈전이 맞다면 빨리 혈전을 녹이는 치료를 해줘야 하므로 일단 응급실이나 병원을 서둘러 찾는 게 현명하다"고 말했다.




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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