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100여명 참가 높은 관심....형사 미성년자 연령 하향 놓고 격쟁/조건부 기소유예 활용에 뜨거운 호응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연일 심각해져 가는 학교폭력을 근절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검찰이 유관기관 전문가, 시민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나섰다. 형사미성년자의 연령을 낮추는 문제로 찬반이 엇갈리기도 했지만 실질적인 대응책 강화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대검찰청(검찰총장 한상대)은 8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 디지털포렌식센터 2층 베리타스홀에서 ‘학교폭력 근절대책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장엔 학교폭력 피해학생의 부모, 대학생, 일선 교사 등 100여명의 시민들이 몰려와 준비된 자료가 순식간에 동나는 등 학교폭력에 대한 시민들의 뜨거운 관심을 담아냈다.
김병현 대검 형사2과장 사회로 진행된 세미나는 학교폭력 예방활동 강화 방안, 소년사건 처리 개선 방안, 가해자 선도 및 피해자 보호 강화 방안 등 크게 세 주제로 나눠 진행됐다. 세미나엔 법무부·교육과학부 등 관계 부처 실무자, 일선검사 및 교사, 청소년폭력예방재단 등 다양한 유관기관 전문가들이 주제발표 및 토론자로 나섰다.
가장 논란이 된 주제는 형사미성년자의 연령을 낮추는 문제였다. 토론 참가자들은 찬반이 엇갈려 뜨거운 논쟁을 벌였다. 양정호 성균관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는 “형사 미성년자의 연령을 현행 14세에서 12세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 교수는 “통상 연쇄적인 학교폭력이 발생할 경우 12~14세에 해당하는 중학생들이 대다수를 이룬다”며 “소년법으로 인해 가해학생에게 면죄부를 쥐어주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소년사건을 전담해 온 김진숙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조사부장 역시 “지난 10년간 30%에 머물던 소년범죄 재범율이 최근 40%를 넘어섰다”며 “소년범죄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위해 형사 미성년자의 연령기준을 12세로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범죄예방위원으로 활동 중인 고금자 경기대 교수는 그러나 “국제 인권규약 등과 달리 한국만 유독 형사처벌 연령을 낮추는 것은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형사 미성년자 연령 하향조정에 반대했다.
일선에서 소년사건을 전문적으로 다뤄 온 김진숙 부장검사와 박은정 부천지청 형사2부 검사가 주장한 조건부 기소유예제도 활용 강화 방안은 토론 참가자 다수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김 부장검사 등이 “사회봉사활동이나 보호자가 함께 교육을 받는 것을 조건으로 하는 등 부담을 강화한 기소유예제도를 도입하자”고 주장하자, 범죄예방위원 및 학교 자치위원 등으로 활동해 온 방청객들은 “실효성이 높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참석자들은 학교폭력에 대한 법의식 교육 강화와 유관기관의 연계 강화, 10여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온 학교폭력 문제에 대해 관계 부처들이 실질적인 대응책을 내놓을 필요성 등에 대해 공감했다. 반면 가해학생의 제재수단을 두고 학교에 의한 행정처벌과 사법기관에 따른 형사처벌 선택 문제, 학교폭력의 구체적인 범위 규정, 학교폭력에 대처하기 위한 특별법의 도입 등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했다.
검찰은 토론 과정에서 제기된 일선학교 자치위원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검사의 직접교육 요청, 대안학교 등 피해학생의 치료·보호 주장 등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세미나 시작에 앞서 한상대 검찰총장은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모든 관계기관의 유기적 연계체제 구축, 가해자가 큰소리치는 현실을 타파하고 피해자가 당당히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있는 사회 풍토 조성, 학교폭력 해결의 과학화·시스템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검찰 관계자는 “세미나에서 도출된 제안을 바탕으로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각종 대책을 신중·신속하게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검은 앞서 지난 3일 전국 검찰에 학교폭력 대응책 마련과 함께 일선 교육기관이 법률교육을 요청할 경우 적극 지원토록 지시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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