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의 숙원인 이익공유제가 다음 달 도입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관련 논의가 충분히 이뤄졌다는 동반위 내부 판단에 따른 것이다.
17일 정 위원장은 "다음달 2일 회의를 열고 이익공유제 안건을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열린 동반위 본회의는 대기업 측 위원들이 전원 불참하며 이익공유제 안건을 처리하지 못했다.
업계는 다음 달 회의서 정 위원장이 이익공유제를 강행 도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익공유제는 정 위원장이 취임 직후부터 강조해온 사안인 만큼 쉽게 포기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 위원장은 지난해 초 이익공유제 개념을 외부에 밝힌 뒤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등과 갈등을 빚어 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대기업들도 강하게 반발했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정 위원장에게 이익공유제는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의 핵심과도 같다"며 "어떻게든 결론이 난다면 도입되는 쪽이 유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계는 이익공유제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고 말하지만, 이미 논의는 충분히 이뤄졌다는 게 동반위 내부 판단이다. 동반위는 지난해 4월 국회 조찬 간담회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실무위원회 7회, 본회의 2회를 개최했다. 대기업 측 위원들은 불참하거나 참석 후 반대 의견을 표시하는 식으로 반대 입장을 밝혀 왔다.
정영태 동반위 사무총장은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면 해야겠지만 객관적으로 봤을 때 더 이상 논의가 필요하느냐"고 반문한 뒤 "다음 회의서 마지막 결정을 내리겠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익공유제 도입에 필요한 논의는 이미 충분하다는 소리다.
대기업을 비난하는 정 위원장의 발언수위가 극에 달한 것도 이익공유제 도입 시기가 임박했음을 보여준다. 더 이상 대기업의 참여를 마냥 앉아서 기다릴 순 없다는 것이다. 이날 정 위원장은 "재계가 경제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길을 선택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지난해 발언들("대기업은 동반성장 구호만 외쳐선 안된다" "합리적 이타심이 요구된다")보다 비난의 강도가 한층 강해진 모습이다.
그러나 대기업이 이익공유제를 강하게 반대하는 상황이라 동반위의 이익공유제 추진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전경련 등 재계는 "이익공유제를 국가 차원에서 제도화한 나라는 없다"며 도입 자체를 거부해 왔다.
이승종 기자 hanarum@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