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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현장] “미술시장, 홍라희 여사에 의존하던 때는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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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 소장 인터뷰

[미술현장] “미술시장, 홍라희 여사에 의존하던 때는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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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4~5년 전만해도 미술품 수집가층이 너무 얇았다. 그러다 보니 삼성이 미니멀(Minimal)한 작품들을 선호해 사들이면 미니멀 아트가 대세가 됐다. 홍라희 삼성리움미술관장이 우리나라 미술시장의 30%를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상황은 변했다”

그의 말처럼 이제 미술시장의 판도가 달라졌다. 한때 호황이던 2007년께를 정점으로 미술시장도 경제상황과 맞물려 거품이 꺼진 형편이다. 하지만 잠재적 수집가들을 포함한 개인 수요자들의 확산은 미술계에 새로운 긴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30일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 소장(사진·남·42)을 만나 미술시장과 미술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김 소장은 월간미술세계, 아트프라이스 등 미술전문지 기자, 편집장으로 일했고 미술과 경제를 접목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연구소 소장으로 현재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이렇게 18년 동안 종횡무진 미술현장을 누빈 얼마 안 되는 전문가다.

◆‘수요자 중심의 미술교육’..수집가-작가 ‘상생’하는 길


“미술이라고 하면 미술사나 미술담론으로만 접근하는 경향이 많았지만 5년 전부터는 경제활동이 가능한 시장이란 흐름이 만들어졌다. 2007년도 즈음 ‘아트테크’라는 용어는 거의 신조어나 다름없었다”


김 소장에 따르면 노무현 정권 당시 부동산 시장을 옥죄는 정책으로 잉여자산이 몰린 곳이 바로 미술시장이었다고 한다. 시장은 돌고 있는데 정작 미술계 내부에서는 미술시장을 알고자 하는 수요자들의 요구를 따라가지 못했다. 그는 2003년부터 월간지 아트프라이스에서 편집장을 맡게 되면서 국제 미술품 유통시장에 대해 심도 있게 알게 됐고 수요자들에 대한 맞춤형 미술교육이 절실함을 느꼈다.


그래서 그가 시작한 것이 미술과 경제를 접목해 ‘아트마켓&아트테크’라는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일이었다. 그는 연구소를 차리고 2007년 9월1일부터 동국대 평생교육원에서 특별강좌로 근속 5년을 이어오며 현재 9기 수강생까지 총 35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시켰다.


김 소장은 “1기부터 지금까지 수강생 중에는 대기업에서 일하다 사표를 내고 영국 런던의 경매회사 소더비(Sotherby)에서 공부하고 돌아와 흥국재단의 해외미술품수집관리 전시 책임자로 일한 사람도 있고, 미술품 중개상인 아트딜러나 큐레이터로 전업한 이들도 많다. 화랑을 차린 경우는 이 중에 10여명이나 된다”고 말했다.


수집가 뿐 아니라 미술계 외부에서 미술을 동경하던 사람들에겐 한 학기 분량의 이 수업이 미술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셈이다. 미술현장 관계자들이 강사진으로 나와 생생한 미술시장의 현주소를 알려준 덕분이었다.


김 소장은 “미술품 향유계층의 확산은 단순한 수요 상승을 의미하지 않는다. 잠재적 수집가를 포함한 개인 수요자들의 선호가 세분화되고 전문화된다는 뜻이다. 이를 통해 작가와 수요자 그리고 중개자 등 건강한 미술 생태계가 가능해진다”고 주장했다.


◆자질 갖춘 작가로 자리매김하는 게 미술학도에게는 ‘취업’


“최근 20~30대의 취업걱정이 예사롭지 않다. 모든 대학이 취업걱정인데 미술대학 역시 이젠 학생들에게 작가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프로그램을 늘려나가야 한다. 미술학도들에게는 자질 갖춘 작가로 자리매김하는 게 바로 취업이다”


수집가들의 미술에 대한 욕구를 풀어주는 교육이외에도 한국 미술계에 필요한 것은 미술 전공자들을 위한 맞춤형 교육이다. 대학에서 강의도 하고 있는 김 소장은 이처럼 “현장적인 담론을 결합한 형태의 교육 프로그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술품 시장도 국가 간 경계가 허물어져가는 무한경쟁시대로, 이를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뉴욕, 런던까지 안가더라도 베이징만 봐도 급변하고 있다. 중국의 젊은 작가들도 그에 맞춰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다”며 “한국의 젊은 미술학도들이 그에 비해서는 너무 나태한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다행히 그동안 현장중심 교육을 시도해 온 울산대학교 미술대학이 최근 작은 결실을 맺어 화제가 됐다. 지난 12월 5일부터 9일까지 미국 마이에미(Miami)에서 열린 레드닷 아트페어(Red Dot Art Fair)에 한국 대학 최초로 울산대학교 미술학부 학생과 대학원생들의 작품들이 출품돼 좋은 판매성적을 거두며 인기를 끌었다.


최근 전시 중에 인상 깊었던 젊은 작가를 묻자, 김 소장은 지난 10월 말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린 ‘회화와 조소의 중간지점’을 주제로 한 김준식 작가의 개인전을 언급했다.


김 소장은 “굉장히 집중력이 뛰어나고 작가적 순수 노동력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이었다”며 “작품을 만들 적에는 핸드폰도 없애고 오로지 작품만 하는 모습, 첫 번째 개인전임에도 일반 화랑에서도 전속작가로 영입하려고 러브콜을 보내왔지만 자기연마를 통해 자질을 키운 다음 떳떳한 마음으로 나서겠다며 고사한 것 모두 참 인상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김준식 화가는 캠밸 깡통, 만화캐릭터, 상품로고를 차용해 21세기 사실주의를 보여주는 작가로, 최근 발표한 그의 작품은 찌그러진 캠밸 깡통을 사진보다 실제적으로 그려내 회화라기보다는 조소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새해를 맞아 김 소장은 사회적 기업을 설립해 새로운 활동을 계획 중이다. ‘문화를 매개로 한 사회공헌 채널’을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김 소장은 “문화소비를 통해 기부까지 연결하는 매개체가 되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용어설명


미니멀 아트
최소한의 미술이라는 뜻으로 1960년대 후반부터 미국미술에 부각된 한 경향을 의미한다. 예술상의 자기표현을 최소한도로 억제하면서 작품의 색채·형태·구성을 극히 단순화해 표현하는 방식이다.




오진희 기자 valer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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