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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형 인간'으로 살던 그들, 퇴직후 선택한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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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메이커]"배움에는 나이가 없다"

보통 퇴직 후에는 넘쳐나는 시간을 주체할 수 없어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다 허탈감에 빠지는 사람이 많다. 하루 24시간, 1주일 168시간을 무엇을 하며 보낼지 갑갑하고 고민스럽다.


그러나 내년 직장에서 퇴직을 앞둔 J씨(50세)는 남은 인생에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오랫동안 가족을 부양했고, 사회와 국가를 위해 일했다. 내 꿈과 목표를 이룰 시간이 충분히 남아 있다. 이제 인생 말년에는 내 자신을 위해 시간을 활용하고 싶다"고 남은 인생의 포부를 밝힌다.


평균수명의 증가에 따라 노후생활도 길어지고 있다. 퇴직후 생활에서 여가는 핵심적인 시간이 됐다.

퇴직후 일자리를 갖지 않으면 하루의 대부분이 여가시간이 된다. 지금까지 회사형 인간으로 살다가 여가생활을 어떻게 보낼지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무료하지 않고 보람있게 여가시간을 보내려면 철저한 시간관리 계획이 필요하다. 즉 여가생활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여가는 우리말로 겨를이다. 일이 없어 남는 시간적인 틈을 말한다. 우리 정서에서 여가는 쓸데없이 낭비하는 시간쯤으로 생각한다.


여가는 영어로 '레저(leisure)'인데, 그 개념은 좀 다르다. 서구에서 레저는 일에서 해방되어 행하는 휴식, 기분전환, 자기개발을 의미한다. 레저의 최종목표는 충분한 시간을 활용, 자신을 부단히 개발하는 것을 뜻한다.


퇴직 후 30년은 새로운 기회의 시간이다. 직장을 다니면서 시간이 없어 할 수 없었던 일에 도전할 수 있고, 꿈꾸던 여가생활을 통해 행복한 은퇴생활을 즐길 수 있다.


젊은 시절부터 즐겨온 취미를 다시 시작하는 사람도 있지만, 전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사람도 있다.


취미생활에 몰두하다 보면 관심영역도 확장돼 새로운 직업으로 연결되는 사례도 많다. 최근에는 대학과 대학원에 진학, 자신의 전문영역과 전혀 다른 분야에 도전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S씨는 35년 동안 공직생활을 거쳐 기업 경영자로 근무한 후 퇴직했다. 60대 중반의 나이에 대학원에 진학,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


자식보다 어린 학생들과 공부한 후 우수한 성적으로 당당히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이제는 사회복지 전문가로서 봉사하는 자세로 나머지 인생을 살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이렇듯 은퇴 후 새로운 삶의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 대학을 진학하려는 은퇴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선진국도 마찬가지다. 최근 일본의 많은 은퇴자들은 또 다른 배움을 위해 대학과 대학원의 문을 두드리며, 인생의 다음 장을 펼치고 있다.


K씨(61세)는 대형 상사에서 38년간 근무한 후 58세에 조기 퇴직했다. 퇴직 후 처음에는 골프를 치거나 어학원에 다니기도 했지만 뚜렷한 목적이 없는 일은 금새 지루해졌다.


퇴직 후 남는 자유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면서 시행착오를 반복했다. 이러한 모습을 보고 그의 부인이 릿쿄(立敎)대학의 세컨드 스테이지 대학을 추천, 입학하게 됐다.


지난 2008년 릿쿄대학은 50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세컨 스테이지 대학강좌를 마련했다. 수강생은 정년세대 60~64세가 절반을 차지하고 있지만 70세 이상도 7%이다.


2010년에는 3기생 88명이 입학했고 여성의 비율은 44%이다. 남성은 정년 퇴직자가 압도적으로 많고, 여성은 자식을 뒷바라지하고 나서 일찍부터 시간적 여유를 가진 주부들이 많다.


정상적인 대학과 같이 수업을 듣고 성적을 평가하지만 소규모의 세미나는 필수요소다.


무엇보다 이미 퇴직한 수강생에게 지식탐구에 대한 성실성과 열기가 넘쳐흐른다. 강의실 풍경도 보통 대학과 사뭇 다르다.


강의시간 10분 전에 학생들이 전부 모이고, 강의실 앞자리부터 좌석이 찬다. 젊은 학생들은 최저 필수단위의 학점만 취득하지만 이들은 필수학점보다 훨씬 많은 학점을 이수하고 있다.


때로는 강의 도중 수강생들의 질문공세와 의견이 많아 교수가 강의를 진행하기 어려울 정도다. 남성들은 입학하면 곧바로 학교 로고가 새겨진 명함을 제작, 배포한다.


주부들 중에는 자녀의 대학입학과 같은 해에 대학원에 입학, 졸업 후 대학교원이 된 여성도 있다. 60세를 넘어 석사나 박사학위를 취득한 사람도 있다.


이 대학의 교수는 젊은 학생에 비해 어학능력과 IT 능력은 떨어지지만 끈질긴 노력을 거듭해 극복하는 모습은 가히 경탄할만하다고 말한다.


일찍이 시카고 대학의 저명한 심리학자 하비거스트(Robert J. Havighurst) 교수는 인생후기의 발달과제를 주장했다.


그는 젊은 사람만 발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은 나이에 상관없이 계속 발달할 수 있다고 했다. 나이가 들면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계속해서 발달한다는 것이다.


대뇌생리학이나 노인심리학의 각종 실험에서도 그러한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나이가 들어도 지적 능력은 떨어지지 않고, 개인차이가 있지만 계속 발달한다는 과학적 사실을 제시했다.


하버드대학교 신경생리학자인 제랄드 피시바치(Gerald Fischbach)는 뇌세포 연구를 통해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했다. 그는 실험을 통해 나이가 들면서 뇌의 뉴런세포는 줄어들거나 성장이 정체되지만 대부분 세포는 보존된다고 주장했다.


우리의 뇌세포는 단지 10%만 소멸되거나 퇴화될 뿐이고, 생존기간 동안 사용할 만큼 충분한 뉴런이 있어 지적 능력의 향상에 전혀 지장이 없다는 것이다.


지금의 베이비 부머 세대는 노후에는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도전적인 일을 원하고, 자기실현 욕구가 매우 강하다.


베이비 부머의 30%는 이전에 전혀 경험하지 않은 새로운 일을 희망하고 있다.


베이비 부머의 75.7%는 취미생활, 자원봉사, 자기계발, 종교활동을 하면서 노후에 여가생활을 보내고 싶어 한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0).


그러나 정작 우리 사회는 아직 베이비 부머의 욕구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이제부터라도 시니어 세대의 정당한 욕구를 보장하는 시스템을 만드는데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형종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수석연구원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형종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수석연구원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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