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케이블TV를 시청중인 A씨는 지난 28일부터 지상파방송사의 고화질(HD) 채널들을 시청하지 못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10개월간 중재에 나섰지만 결국 양쪽 방송사업자들이 합의점을 찾지 못해 시청자에게 피해가 돌아온 것이다.
# KT의 2세대(2G) 가입자 B씨는 영문도 모른채 이동통신사를 옮겨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아직 가입자들이 15만명 가까이 있는데 KT의 2G 서비스 가입 종료를 승인했기 때문이다. B씨는 방통위가 공청회 등의 소비자 의견청취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을 했다는 점을 문제삼아 행정소송을 준비중이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을 내세우며 출범한 방통위가 방송도 통신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중요한 시청자와 통신 서비스 가입자를 우선하지 않고 사업자들의 논리에 휘둘리고 있다.
케이블TV와 지상파방송사간 분쟁은 10개월 동안 방통위가 중재를 담당한 사안이다.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다보니 중재가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방통위로서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까지 나서기도 했는데…'라고 항변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결국 방통위가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
특히 방통위는 양측 사업자들이 가장 문제삼고 있는 재전송 대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 놓지 못했다. 지상파방송사의 저작권을 인정하는 대신 방송수신이 안되는 지역에서 케이블TV 업체가 재전송을 해 지상파방송사가 광고 등의 수혜를 입었다는 점은 분명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이에 대한 적정한 평가 기준도 마련하지 못한 것이 논란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KT의 2G 서비스 종료 역시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아직 3세대(3G) 서비스로 전환하지 못한 15만명의 가입자들 중 일부가 행정소송을 준비중이다. 이들 가입자는 오는 1월 8일이면 현재 사용하고 있는 휴대폰 서비스가 종료된다. 8일부터 15만명의 가입자들이 갑자기 전화가 안되는 셈이다.
방통위는 KT에 가입자수를 더 줄이라고 권고했지만 이용자 보호대책 강화에는 소홀했다. 결국 가입자 수를 줄이는 과정에서 막대한 민원이 발생했다. 단순히 숫자만 줄이라고 하다보니 KT 입장도 이해가 된다.
이동통신용 추가 주파수 확보를 위한 '모바일 광개토 플랜'은 통신사업자와 방송사업자간의 줄다리기에 방통위가 힘겹게 끼어있는 모양새다. 방통위는 당초 지상파방송사들이 반납하는 700메가헤르츠(Mhz) 주파수를 통신용으로 할당할 계획이었지만 지상파방송사들의 반대로 쉽게 결정을 못하고 있다.
이래서야 방송도 통신도 제대로 챙기고 있다고 할 수 없다. 사업자간의 의견 조율에만 신경쓰다 보니 정작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할 정부가 업계를 위해 일한다는 지적까지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방통위를 바라보는 시청자, 이통 가입자들의 의견을 곱씹어 봐야 하지 않을까?
명진규 기자 a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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