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벤츠에 무슨 일이…獨 실세로 대표 교체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34초

한성차 지분 100% 보유한 화교자본과의 기싸움
경쟁력 약화에 고질적인 경영 구조 문제 불거진듯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MBK)가 국내에 법인을 설립한 지난 2002년 이래 최초로 대대적인 조직 쇄신에 나서면서 배경을 둘러싸고 뒷말이 무성하다.


최근 MBK와 최대 딜러 한성자동차 간 불공정 행위 논란이 불거지자 양측의 최고위 경영진이 연이어 '물갈이' 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 일각에서는 아시아 지역 내 한국 시장의 중요도를 감안해 독일 본사 차원에서 본격적인 대응에 나선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하지만 한성차의 100% 지분을 보유한 화교 자본 레이싱홍 그룹을 둘러싼 MBK와의 기 싸움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공정 경쟁'을 위한 본질적인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25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MBK는 신임 대표로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세일즈의 부사장 겸 밴 사업 총괄인 토마스 우르바흐를 내정했다는 사실을 전날 오후 내부에 공식 발표했다. 공식 취임일은 내년 3월1일이지만 조직의 어수선한 현 상황을 감안해 실질적인 대표 업무는 조만간 시작할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 세일즈는 독일 내 1500개에 달하는 판매 및 서비스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벤츠 비즈니스를 총괄하는 법인. 우르바흐는 해당 법인의 이사회(7명) 중 일원으로 그룹 내 실세로 통한다. 5년여 MBK를 이끌다 내년 3월 물러나는 하랄트 베렌트 대표보다 독일 내 지위가 더 높은 인물이기도 하다. 우르바흐 대표가 내정되기에 한 달 앞서 베렌트 대표는 사임 의사를 밝혔고 사실상 공식 업무에서는 한 발 물러선 상태다.


베렌트 대표가 사임을 알린 2주 뒤에는 한성차 사장이 전격 교체됐다. 한성차를 움직이는 세력인 말레이사아 화교 자본 레이싱홍 그룹이 한성차 최고위 경영진 간 내홍을 해결하기 위해 제 3의 인물인 독일 국적의 울프 아우스프룽을 급파한 것이다. 아우스프룽은 레이싱홍 그룹 내 거물급 인사로 지난해 5월부터 벤츠 판매 사업을 주도해 왔다.


MBK와 한성차 경영진이 순식간에 바뀌면서 향후 권력 구도에도 심상찮은 변화가 감지된다. 양측 모두 그룹 내 실세를 우두머리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우르바흐 신임 대표 내정자는 레이싱홍 그룹과는 인연이 없는 순수한 독일 다임러 측 인물로 분류되고 있다. 기존 베렌트 대표가 레이싱홍 그룹과 끈끈한 관계였던 것과는 대조적인 대목이다. 한성차 역시 레이싱홍 그룹 내 위상이 높은 인물을 최일선에 세웠다.


앞으로의 관심사는 최근 논란이 거세지는 벤츠 딜러 간 형평성 문제의 악순환 고리를 끊을 수 있을 지 여부다. MBK의 지분 49%를 보유한 한성차는 대주주 지위를 이용해 자사에 유리한 판매 정책을 펼치면서 벤츠 딜러 간 공정 경쟁을 훼손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벤츠의 또 다른 딜러인 더클래스 효성 강남 전시장과 불과 1.8㎞ 떨어진 곳에 한성차가 신규 전시장 개설을 강행하면서 도덕성 논란을 불러왔었다.


독일계 수입차 관계자는 "벤츠의 경우 한성차 세력이 딜러 협의회의 70% 이상을 독식하고 있어 딜러 간 쌍방향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구조"라면서 "이번 대표 교체를 신호탄으로 해 MBK와 한성차의 끈질긴 악연을 끊고 독일의 명차 벤츠의 본연의 경쟁력을 되찾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경쟁사 BMW 코리아에 뒤처진 실적 격차를 줄이는 것도 관건이다. 올 들어 1~10월 MBK의 누적 판매량은 1만5892대로 점유율 18.07%를 차지한 반면 BMW 코리아는 2만565대로 23.39%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MBK 점유율은 0.4%p 확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BMW 코리아는 4.64%p 늘었다.


중소기업 '더밴'과의 스프린터(밴의 일종) 공급 계약 파기 논란과 관련해 우르바흐 대표가 풀어야 할 숙제도 남았다. 우르바흐 대표는 독일에서 관련 사업을 총괄하던 이력을 지니고 있어 그를 한국에 보낸 것은 향후 원활한 사업의 기반을 마련하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임러 트럭 코리아의 일방적인 공급 계약 파기로 사업을 전면 중단했던 더밴은 독일 현지에 있는 다임러 AG의 민원 창구인 BPO 센터에 정식으로 사건을 접수하고 수차례에 걸쳐 내용증명을 보내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결국 백기투항을 이끌어냈다. 지난 23일 다임러 트럭 코리아 측과 스프린터 공급 재개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내년 3~4월부터 차량을 수입해 판매하기로 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