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 팔미사노 IBM CEO
[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지난 14일(현지시간) 올해 들어 지금까지 107억 달러(약 12조2000억 원) 상당의 IBM 주식을 사들였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지분율로 치면 5.5%다.
그 동안 정보기술(IT) 업체에 대해 장기적 성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며 투자하길 꺼린 버핏 회장의 태도가 왜 바뀐 걸까. 그는 "새뮤얼 팔미사노(60·사진) 최고경영자(CEO)가 IBM의 기반을 탄탄하게 만들어놓았다"고 말했다.
지난 10년 동안 IBM을 이끌어온 팔미사노는 내년 1월 1일 회장으로 물러난다. 미국의 경제 격주간지 포천 최신호(12월 12일자)는 CEO 자리에서 물러나는 팔미사노에 대해 재무적인 측면, 인간적인 측면 모두에서 매우 뛰어난 기업인이라고 평했다.
팔미사노는 자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그는 수익률이 형편없는 사업 부문에서 자본을 빼내 고수익 부문으로 돌렸다. 가장 좋은 예가 디스크 드라이브 사업부를 히타치에 매각하고 히타치와 드라이브 매입 5년 계약을 체결한 일이다.
그는 CEO 자리에 앉아 있는 동안 100개 정도의 기업을 사들였다. 이 가운데 대다수가 자본수익률이 높은 소프트웨어·서비스 부문 중소기업이었다. 그 결과 IBM의 자본수익률은 팔미사노가 CEO에 취임할 당시 4.7%에서 오늘날 15.1%로 급증했다. 올해 추정 매출이 1070억 달러에 이를 정도로 거대한 IBM으로서는 엄청난 실적이다. IBM의 주가는 같은 기간 IT 거품에도 82% 올랐다.
팔미사노는 인간적인 측면에서 CEO가 해야 할 일 가운데 하나는 미래의 지도자를 길러 이런 엄청난 실적이 유지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IBM 글로벌 기업봉사단(CSC)을 만든 것은 그 때문이다. CSC란 다양한 배경의 신입사원들을 팀으로 묶어 세계 곳곳에서 현지 지도자와 함께 현지 문제를 해결하도록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많은 기업이 선진국 출신 간부들을 개발도상국으로 보낸다. 그러나 IBM은 신흥시장의 간부들을 선진시장으로 보내 거기서 얻은 경험으로 미래에 대비하도록 지도한다. IBM 직원들은 이런 식으로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며 역량을 키운다.
팔미사노의 전임자 루 거스너는 죽어가던 '공룡 IBM'을 살린 인물로 평가 받고 있다. 거스너로부터 IBM의 지휘봉을 넘겨 받은 팔미사노는 전임자와 다른 방식으로 IBM의 성공을 이끌었다. 포천은 팔미사노의 후임자로 지명된 버지니아 로메티 글로벌 판매 담당 수석 부사장이 수년 후 어떤 실적을 기록했는지 봐야 팔미사노의 진정한 성공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태생인 팔미사노는 존스 홉킨스 대학 역사학과를 졸업하고 1973년 영업사원으로 IBM에 입사했다. '골수 IBM맨' 팔미사노가 사내에서 승진에 승진을 거듭할 수 있었던 것은 성실함 덕이다. 그는 남부럽지 않은 부자지만 검소함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약 20년 동안 코네티컷주의 낡은 집에서 살며 CEO가 된 뒤에도 직접 자동차를 몰고 출퇴근했다.
이진수 기자 com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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