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일회성 이익에도 큰 도움은 못될 듯
[아시아경제 이솔 기자]SK텔레콤과 채권단이 하이닉스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해 채권단에 속해 있는 국내 은행들이 대규모 일회성 이익을 거둬들일 전망이다. 하지만 규제와 성장정체라는 이중고에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은행업종의 현주소를 고려할 때 주가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15일 김재우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SK텔레콤이 앞으로 한 달 동안 하이닉스를 상세히 실사한 뒤, 채권단은 보유 중인 하이닉스 지분의 50%를 내년 1분기 중 처분할 계획"이라며 "주당 2만4500원에 매각할 계획이나 실사 내용에 따라 추가로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신한지주, 우리금융, 외환은행을 포함한 채권단은 내년 1분기에 5098억원 상당의 매각 이익을 낼 것으로 보인다. 내년 은행업종 전체 이익의 감소폭을 기존 16.4%에서 14.5%로 낮춰줄 수 있을 만한 규모다. 은행권은 올해 현대건설 지분을 매각하면서 큰 폭의 일회성 이익을 냈고 덕분에 대규모 순이익을 기록했다.
회사별로는 우리금융의 매각 이익이 2045억원으로 가장 많을 것으로 보이며 외환은행(1815억원), 신한은행(1544억원)이 뒤를 이을 전망이다. 이는 3대 지주사들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의 6.7%에 해당하는 규모다.
심현수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외환은행과 우리은행의 경우 하이닉스 지분 매각 차익이 수수료 관련 규제로 줄어드는 이익을 완전히 희석할 수 있을 만한 수준"이라며 "신한은행도 이익훼손분의 희석에 상당부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진단했다.
하이닉스를 떠나보내며 은행들이 거둬들이는 이익은 많아도 은행주의 상승 모멘텀이 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진단도 나왔다.
김재우 애널리스트는 "은행주의 재평가를 위해서는 일회성 이익 보다는 지속적인 자기자본이익률(ROE, 자본을 사용해 얼마만큼의 이익을 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 개선이 관건"이라며 "하이닉스 지분 매각에 따른 일회성 이익이 주주에게 배당으로 환원되는 부분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KB투자증권은 채권단이 나머지 50%의 지분(지분율 7.5%)에 대한 논의를 SK텔레콤과의 주식양수도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재개할 예정이라며 개별 은행이 임의적으로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이에 하이닉스의 물량부담(오버행) 리스크는 당분간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솔 기자 pinetree19@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