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공격과 삼성의 무대응
[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두부나 족발, 보쌈 등 먹자 골목에 가면 '할머니'집이 넘쳐난다. 간판에 할머니들의 대형사진을 인쇄해 놓는 것은 이제 광고의 '표준'이 된 지 오래다. 어느 날 할머니 식당간판으로 가득한 골목을 서성이고 있는데 호객꾼이 행인의 팔을 끌어당기며 하는 말이 걸작이다.
"저기 할머니집 가봐야 별 볼일 없어요. 저 할머니들은 오래 전에 돌아가셨거든요. 우리 집으로 오세요." 이 호객꾼이 데려간 음식점 간판에는 할머니가 아니라 젊은 형제 사진이 떡 하니 붙어 있다.
장사 잘되던 집 왼쪽에 동종업체가 입점했다. 이 가게는 '최상의 조건'이라고 간판을 내걸었다. 또 다른 업체가 오른쪽에 들어섰다. '최저 가격'이라고 쓴 더 큰 입간판을 세웠다. 강력한 경쟁업체 사이에 낀 가운데 가게 주인은 당황스러웠지만 꾀를 냈다. 그리고 자신의 가게에 초대형 간판을 걸었다. 여기에는 '정문입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경쟁 없는 사회는 없다. 경쟁이 건전하면 상호 상승작용의 힘을 발휘한다. 제품은 더 좋아지고 가격은 낮아진다. 소비자도 덕을 보겠지만 관련시장 자체가 커지니 기업들에도 나쁠 리 없다.
그런데 여기에는 유머와 위트, 해학과 에둘러 한번쯤 생각해 보고 미소가 절로 나오게 하는 미학이 필요하다. 소비자는 바보가 아니다. 칼끝을 아마추어처럼 드러내지 않아도 그 속에 숨겨진 날카로운 송곳을 얼마든지 볼 수 있는 안목이 있다.
품질 대비 가격, 가격 대비 효용성은 소비자가 판단한다. 기업이 할 수 있는, 아니 해야 하는 의무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 안에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가게 할 수 있는 경쟁 제품에 대한 약점을 유머스럽게 담아 낸다면 금상첨화이고 이것이 고단수다.
3DTV로 거친 논란을 야기했던 삼성과 LG가 이번에는 스마트폰용 패널을 놓고 서로 칼끝을 겨누고 있다.
삼성의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아몰레드)는 청소년 정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LG가 선타공격을 날렸다.
3DTV 방식에서 '막말 파동'을 일으킨 삼성은 이를 반면교사 삼아 무대응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물론 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을 터다. 붉게 달아오른 용광로가 터지면 다시 한번 삼성과 LG의 진흙탕 싸움이 재연될 것이 뻔하다.
한국의 미(美)를 '곡선'이라고 한다. 이미 우리 정치에서는 곡선의 미학이 사라진 지 오래다. 이젠 산업경제계에서까지 오로지 직선적 공격으로 상대방에 일격을 가하려는 어설픈 시도만이 넘쳐날 모양새다. 1980년대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는 이 멋들어진 광고카피가 그리운 2011년 가을이다.
박성호 기자 vicman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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