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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푸스 회계 스캔들…'주식회사 일본'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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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92년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 종합광학기기업체 올림푸스의 대규모 회계부정 사건이 일본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논란이 되었던 지난 2006~2008년 기업인수 관련 자금 의혹은 손실을 은폐하기 위한 사실상의 분식회계였음이 드러났다. 이번 사건은 투명한 선진 기업경영을 자임했던 일본 기업들의 세계적 명성을 하루아침에 추락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림푸스는 8일 제3자위원회 조사 결과 “지난 1990년대부터 유가증권 투자 등에서 손실이 발생했으며, 이후 손실 계상을 미루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마이클 우드포드 전 사장의 해임 이후 불거졌던 자문사에 지급한 보상이나 우선주 환매 수익, 일본 내 중소업체 3곳의 인수자금 등은 투자펀드 여러 개를 통해 손실을 메우는 데 쓰였다고 밝혔다. 즉 20년 동안 악성채무를 숨기기 위해 대차대조표를 조작하는 회계부정을 벌였던 것이다.

다카야마 슈이치(高山修一) 올림푸스 사장은 이날 오후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모리 히사시(森久志) 부사장을 손실 은폐의 책임을 물어 해임 조치했다고 밝혔다. 야마다 히데오(山田秀雄) 상근감사위원은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


이번 사건의 책임소재에 대해 다카야마 사장은 “기쿠가와 쯔요시(菊川剛) 전 회장 겸 사장, 모리 부사장, 야마다 상근감사가 현재 제3자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면서 세 사람에 대해 “필요하면 형사 고발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9일 올림푸스가 숨기려 했던 90년대 금융투자 실패에 따른 손해 규모는 최소 1000억엔 이상인 것으로 보인다고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예전 일본 기업들의 고질적 병폐였던 ‘도바시(飛ばし)’가 여전히 이용됐다는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도바시는 지난 90년대 초반 일본 경제가 ’버블‘을 구가하던 때 만연했던 것으로 고위험성 금융투자에서 발생한 손실을 부외로 옮겨 은폐하는 수법을 말한다. 지난 1997년에는 야마이치증권이 이로 인해 막대한 손실이 드러나 문을 닫기도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에 밝혀진 회계부정의 책임이 지난 1984~1993년 시모야마 도시로(下山敏?) 사장, 1993~2001년 기시모토 마사토(岸本正?) 사장 재임 때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카야마 사장도 “손실 은폐가 이전 경영진부터 계속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이 사건으로 8일 도쿄주식시장에서 올림푸스의 주가는 일일 가격변동제한폭인 29% 폭락한 주당 734엔을 기록했다. 이는 1974년 오일쇼크 이후 37년만으로 1995년 7월 이후 16년만의 최저가다. 지난 6월 기록한 연중최고가 주당 2789엔 대비로는 74% 떨어졌다. 이날 도쿄증권거래소가 올림푸스를 상장폐지 검토 대상인 '감리종목' 리스트에 올릴 수 있다고 밝힌 것이 투매의 원인으로 분석됐다. 9일 오전에도 이틀 연속 최대 폭락을 이어가고 있다. 올림푸스의 2위 주주인 사우스이스턴어셋매니지먼트의 조쉬 쇼어스 대표는 “상장 폐지 가능성에 대해 주주 소송등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증권거래감시위원회(SESC)는 올림푸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 금융상품거래법 위반 혐의로 조만간 본격조사에 나설 방침으로 알려졌다.


올림푸스는 세계 내시경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으며 디지털카메라·의료기기 분야에서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기업이었으나 이번 사건으로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불신이 극도로 커졌다. 당장 이미지 악화로 연말 홀리데이시즌 카메라 매출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올림푸스의 피인수나 핵심사업부 매각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외국인 투자 비중이 큰 일본 증권시장 전체에 대한 신뢰까지 바닥에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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