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몰리지만 외국인 '사자'세 기대 아직 성급
[아시아경제 이솔 기자]안전자산으로 쏠렸던 자금이 신흥국 주식시장을 비롯한 위험자산으로 '유턴'하고 있다. 유럽발 재정위기에 잔뜩 몸을 사렸던 글로벌 주식 투자자들이 기지개를 켜면서 국내 주식시장에도 러브콜을 보내올 지 주목된다.
◆신흥국 주식 펀드로 자금 밀물=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주(10월27일~11월2일) 한국, 중국, 브라질 등을 포함한 신흥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펀드로 총 35억달러(3조9000억원 상당)가 순유입되며 4월 초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선진국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펀드로는 총 6000만달러가 유입돼 신흥국 증시에 대한 선호도가 더욱 높음을 보여줬다.
신흥국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펀드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글로벌이머징펀드(GEM)로는 29억4700만달러(3조3000억원 상당)가 순유입되며 4주 연속 순유입을 기록했다. 유입되는 자금의 규모도 4주 전 1억5500만달러에서 3주전 12억5100만달러, 2주 전 14억8400만달러로 점차 늘고 있다.
신흥국 지역에 분산 투자하는 GEM펀드 외에 개별 지역별 펀드로도 신규 자금이 들어왔다는 점이 눈에 띤다. 지난 주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펀드로 4억8800만 달러(5500억원 상당)가 순유입됐고 라틴아메리카 펀드로 1100만달러(120억원 상당), 동유럽-중동-아프리카 펀드(EMEA펀드)로 4900만달러(550억원 상당)가 순유입됐다. 아시아 펀드로 자금이 순유입된 것은 13주 만이며 라틴 펀드와 EMEA 펀드도 각각 14주, 26주 만에 순유출에서 순유입으로 돌아섰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앞서 2주 동안 GEM펀드로만 편중됐던 자금이 신흥국 지역별 투자 펀드로도 확산되며 신흥국 자금의 평균 유입 강도가 선진국을 웃돌았다”며 “질적으로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3주 동안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1조5300억원 가량을 순매수했고 대형주만 1조5500억원 상당을 사들였다. 중소형주는 200억원 순매도.
◆위험자산 다시 보자=유럽중앙은행(ECB)이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을 비롯해 유로존의 정책 공조가 강화되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시각 변화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신흥국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로 자금이 들어오고 있는 것을 비롯해 고수익 위험 채권인 하이일드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로 4주 연속 자금 순유입이 나타났고 안정성이 높은 초단기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에서는 대규모로 자금이 이탈했다. 글로벌 MMF에서 지난 주 순유출된 자금은 252억달러(28조원 상당)로 올해 총 MMF 유출액의 10%에 해당하는 규모다.
노상원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유럽 문제 해결을 위한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투자심리가 다소 회복되며 하이일드 채권 펀드와 신흥국 주식형 펀드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된 점은 극단적인 위험 회피를 보이던 8월 이후의 흐름과 달라진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증시, 외인 '러브콜' 기대해도 되나?=극심한 위험자산 회피 현상이 일단락됐지만 한국 주식시장으로 외국인의 '사자'세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기대는 아직 성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신흥국 펀드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지만 이는 선행지표가 아니기 때문에 외국인 매수의 지속성은 단정 지을 수 없다”며 “다만 유럽 재정위기가 조금 더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면 유럽 자금을 필두로 외국계 자금이 국내 증시로 유입될 가능성은 높다”고 내다봤다.
이솔 기자 pinetree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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