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현준 기자]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수상한 미국의 토머스 사전트(68)교수와 크리스토퍼 심스(69) 교수는 감세나 금리인상과 같은 정부정책이 거시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의 이론은 금융위기 이후 정부가 금리와 재정 정책으로 경기 진작에 나서면서 위기극복용 이론으로 주목받았고, 미국 정부의 양적 완화 등의 정책에서 실제로 활용되고 있다.
사전트 교수는 '합리적 기대가설'을 발전시켜 '구조적 거시계량경제학(Structural Macroeconometrics)'을 제시했다. 경제정책이 실제로 현실화될 경우 정부가 기대한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가령 정부가 소비를 진작하려고 시장에 돈을 풀더라도 사람들은 나중에 조세부과를 우려해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한다는 이론이다. 그는 이 때문에 금융위기 회복을 위해선 정부의 적극적 개입 보다는 사람들에 대한 신뢰감 회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사전트 교수는 또, 세계 대전 이후 유럽의 인플레이션을 연구해 경기침체를 일으키지 않고 인플레이션을 탈출하는 법과 유럽의 복지정책이 어떻게 실업률을 증가시켰는가를 연구해 논쟁을 일으키기도 했다.
심스 교수는 기존 계량모형 구축방법을 비판하고 'VAR' 모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VAR은 환율이 오르거나 금리가 오르는 등 경제에 충격이 왔을 때 어떤 영향이 발생하는지를 분석하는 모형이다.
심스 교수는 이와 관련해 "자신의 이론이 경기침체와 재정위기를 겪는 나라에서 어떤 정책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이론은 정부재정과 금리 등 일시적인 정책변화가 미치는 영향을 예측해준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 이사회의장의 양적 완화 정책 등을 감안하면, 이번 노벨 경제학상은 버냉키 정책에 대한 이론적 정당성을 준 것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사전트 교수의 제자인 강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사전트 교수의 노벨상 수상은 글로벌 재정위기와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재정건전성이 확보되지 않는 상황에서 물가와 싸우는 통화정책은 '사상누각'"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최근 유로존 위기에 대해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사전트 교수는 "현재 유로존의 문제는 조세권이 있는 연방 정부와 중앙은행이 설립되기 전인 초기 미국에서 나타났던 문제를 보는 듯하다"면서 "미국은 연방 정부에 세금을 올릴 수 있는 독점적인 권한을 주는 등의 헌법을 만든 이후부터 문제가 완화됐다"고 조언했다.
심스 교수는 "여러 나라에서 함께 사용하는 공동 통화는 중앙 재정 기구 없이는 생존하기 어렵다"며 "재정 위기를 겪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은 재정 부담을 나누고 회원국 재정기구와 유럽중앙은행(ECB)을 연결해야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몇 해전 유로존의 재정기반에 대한 논문을 쓰기도 했다.
박현준 기자 hjun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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