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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변화에 따른 군복의 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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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변화에 따른 군복의 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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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한국군이 창군된지 63년만에 신형전투복이 보급됐다. 올해 국군의 날부터 보급된 신형전투복은 적에게 잘 관측되지 않는 전투적인 측면, 소재의 기능성 측면, 전투 활동성과 착용감 을 고려한 고기능성 전투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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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군 뿐만 아니라 외국군도 전투복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군복은 전쟁에서 승리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라는 뿐만 아니라 명예를 나타내는 중요한 치장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한국군의 장군들도 이때문에 전투복외에 정복 등 4벌의 군복이 더 가지고 있다.

군복이 처음부터 위장 등 기능성을 중요하게 여겼던 것은 아니다. 군복의 색깔은 인류의 역사 대부분에 걸쳐 눈에 잘 띄는 화려한 색과 형태인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무기가 발달하지 못해 모든 전투가 근접전으로 치러졌기 때문이다.


칼이나 창과 같은 내병기를 쓰던 시대라면 부대가 전투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매우 조밀한 밀집대형을 형성해야한다. 때문에 전투시에는 피아가 뒤섞이는 혼전이 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위장효과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쉬운 피아식별, 그리고 사기진작을 위한 눈에 잘 띄는 색과 디자인이 최고였던 셈이다.


기원전 2500년께 수메르 병사들은 전신보호 방패와 장창으로 무장했다. 근접한 적과 육탄전을 벌이며 칼과 창을 막아내기 위한 방패, 그리고 무기가 그들이 필요한 전부였다. 사막지형에서 걸어서 이동해야하는 이들은 긴 킬트를 걸칠 뿐 두꺼운 옷은 벗어버렸다.


무기변화에 따른 군복의 변천사



화려한 치장은 군대의 명예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장식이다. 망토나 투구의 깃털장식은 상대에게 위압감을 주고 내부적으로는 계급을 나타낸다.


기원전 300년께 알렉산더 대왕의 보병은 청동보호구로 가슴을 보호하고 깃털장식 투구를 썼다. 이는 무적을 자랑하던 용맹스러운 군대의 상징이었다.


영국 와실근위대 복장은 현존하는 최고의 군복으로 손꼽힌다. 장미전쟁을 끝내고 절대왕정을 연 헨리 7세가 1485년 만들었다. 지금은 의전용으로만 유지하고 있다.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비의 결혼식이 대표적이다. 화려하기로는 푸른색과 주황색 줄무늬의 로마 교황청 수비대 군복이 으뜸이다. 이 수비대 군복은 이탈리아의 거장 미켈란젤로가 디자인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경향은 무기가 발달해 장거리 공격이 가능해진 수백년동안 지속된다. 총격전이 시작된 초창기에도 흑색화약이 엄청난 연기가 발생했기 때문에 단 몇발의 일제사격만으로도 전장은 자욱한 연기로 뒤덮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거리 공격이 가능해진 총기류가 발달하자 화려한 군복의 시대는 마감하게 된다.


인도의 용병대가 반란을 일으켰을 당시 영국군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만다. 흰색 군복은 저격병에게 좋은 표적이었던 것이다. 견디다 못한 영국군은 흙먼지를 군복에 비벼 위장했다. 이것이 '카키색'의 연원이다. 카키는 힌두어로 흙지를 뜻한다.


무기변화에 따른 군복의 변천사



미국 독립군 민병대원들 중 상당수는 당시에 신무기인 라이플, 즉 강선이 총열에 파인 소총을 사용함으로써 당시엔 파격적인 200~300m의 교전거리를 달성한다. 이로 인해 군대의 대열도 밀집대형에서 산개전투형식으로 바뀌었고 자신의 몸을 숨기는 것이 전술적으로 엄청난 우위라는 점을 깨닫는다.


이에 영국 육군은 미국 독립군의 복장과 장비를 받아들여 '라이플 연대'를 창설하고 진한 녹색계열의 군복을 입고 라이플을 구비했다. 전투시에도 대규모의 밀집대형이 아닌 소부대 단위로 산개해 적과 싸웠다.


실용성이 중요하지만 군복은 늘 패션도 추구했다. 나치 친위대 복장은 프로이센의 전통 군복에 디자이너 휴고보스가 선을 살렸다고 한다. 참호에서 비를 피하던 영국군 외투는 트렌치코트 유행을 만들었다. 이를 디자인한 버버리는 아예 보통명사가 됐다.


우리나라 군복의 역사도 짧지 않다. 고구려 고분벽화엔 장식 달린 투구를 쓰고 갑옷으로 무장한 무인이 당당한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고려시대에 오면 화려하고 다양한 모양의 군복이 나타난다. 서구식 군대 복장은 구한말 고종때 도입됐다. 입는 용도에 따라 대예장 군장, 예장, 반예장, 상장 등으로 구분한게 특징이다.


우리 군은 1973년 채택된 후 1990년 무늬만 얼룩으로 바꾸었을 뿐 거의 그대로 입던 것을 이제야 교체한다니 늦은 감은 있다. 하지만 색다른 이번 군복은 한국군의 전투력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새로운 군복에 예비군들이 귀가 솔깃할 가장 큰 특징은 군복에 주름을 잡을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그동안 군복은 각 군별, 사단별로 특색있게 주름을 잡아 나름대로의 멋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주름이 필요없는 군복으로 바뀌어 주름잡는 군복은 추억속으로 사라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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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와 지식경제부가 체결한 양해각서(MOU)를 바탕으로 한국섬유산업연합회,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건국대 I-Fashion 의류기술센터 등이 개발에 참여해 전투복에 적합한 소재를 골라냈다. 개발팀은 “세탁 후 다림질이 불필요하다”고 설명할 정도다. 여기에 인장강도와 인열강도도 높이는 등 재질 자체도 튼튼하다. 신형 전투복에 사용된 원사는 고신축성 폴리에스테르 필라멘트사로 신장률 4.7% 이상, 신장 회복률은 79% 이상으로 신축성을 향상시켰다.


적외선 반사가 적게 되도록 가공해 적 관측장비에 탐지도 잘 되지 않는다. 땀을 빨아들이고 빠르게 마르게 하는 ‘흡한속건’ 기능도 우수하다. 흡수 속도는 10분 내 50% 이상, 건조 속도는 115분 이하다.


현대 군복에서 위장 능력은 핵심적인 기본 기능 중 하나다. 차세대 신형 전투복은 위장을 위해 현행 4색 얼룩무늬 대신 5색 디지털무늬를 선택했다. 최근 세계 군대는 잇따라 디지털무늬를 전투복과 장비 도색에 적용하고 있다. 픽셀화된 디지털무늬는 각종 첨단장비로 관측할 때도 뚜렷한 형태를 식별하지 못하게 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무기변화에 따른 군복의 변천사



개발팀은 1단계로 우선 우리나라 자연의 4계절 사진과 북한의 환경 사진을 수집해 색상을 단순화한 후 표준색상을 추출했다. 2단계로 자연적인 곡선과 인공적인 직선 모양을 혼합해 위장 패턴을 만든 후 이를 디지털시대에 맞게 픽셀화했다. 이후 산악·숲길 등 다양한 지형에서 가상시험을 한 후 가장 눈에 띄지 않는 색상을 선정했다. 3단계로 야간 관측장비로 기존의 국내외 군복과 비교해 야간 위장 효과 실험까지 거쳤다.


이런 과정을 거쳐 흙색, 침엽수색, 수풀색, 나무줄기색, 목탄색 등 5색에 국내 암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화강암의 형태와 그 주변의 지형지물을 응용한 무늬가 결합된 ‘화강암 디지털 5도색’ 위장무늬가 최종적으로 탄생했다.


개발팀들은 또 전투복의 패턴 제작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남윤자 서울대 교수가 이끈 패턴개발팀은 장병 324명을 동원해 3차원 정밀 인체스캐너로 체형과 치수를 정밀 분석했다. 그냥 정지 동작만 체크한 것이 아니라 사격 자세 5종, 유격 자세 4종, 각개전투 동작 4종 등 군인의 동작을 3차원으로 분석해 전투복의 맞음새(fitting)를 마무리했다. 여기에 치수체계도 상의는 44개, 하의는 40개로 세분화했다.




양낙규 기자 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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