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면 사고 오르면 파는 스마트 개미들
혼란장에 단기매매 급증.. 박스권 장세 와해되면 손실회복 어려워
[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김유리 기자, 지선호 기자]코스피가 53포인트 이상 미끄러지며 1800선에 턱걸이했던 22일 개인투자자들은 코스피 시장에서 7620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지난달 10일 1조5559억원을 순매수한 이후 6주 만에 최대 규모의 주식쇼핑에 나선 것.
그러나 밤사이 해외증시는 폭락세를 이어갔고 23일 코스피 지수도 1750선이 무너지며 출발했다. 전날 사들인 주식의 단기적인 평가손실이 불가피한 상황. 전문가들은 변동성이 다시 커져 주가가 기존 박스권 하단을 이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위험관리에 더욱 신경 써야 할 때라고 조언하고 있다.
◆오를 때 팔고, 떨어질 때 사모으는 개미들= 22일과 같은 개인들의 '청개구리'식 매매전략이 지난달 급락장 이후 뚜렷한 패턴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시장에 '순응'해 오르는 날 사고, 떨어지는 날 파는 양상이 나타난 날은 지난 8월1일 이후 단 7거래일에 불과했다. 지수 1700~1900선 사이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박스권 장세가 반복되자 단기매매를 통해 차익을 얻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는 것.
임수균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들 자금은 특히 1750~1800선 사이에서 증시에 대규모로 유입되고 있어 박스권 하단을 지지하는데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외국인의 포지션을 따라 매매를 해왔던 기존 자금과는 달리 '스마트'한 자금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 임 애널리스트는 "일반적으로 국내 자금은 외국인의 포지션에 휘둘려 상대 수익률 측면에서 열세에 있다는 편견이 많았지만, 8월 이후의 급락장에서는 이런 모습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아래쪽이 뚫릴 위험도 대비할 때"= 글로벌 재정위기와 경기침체 우려가 심화되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다음 달까지는 개미들의 이같은 '청개구리 패턴'이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1700~1900 사이의 박스권 대응은 여전히 적절한 투자 해법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런 '확률게임'이 항상 수익을 내는 것은 아니다. 일정한 범위 안에서 주가가 움직이는 박스권 장세가 와해될 경우에는 손실회복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김종우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그래서 "지지선이 무너질 때에는 적극적으로 비중을 축소해야 한다"고 권했다. 박스권 아래가 뚫려 추세가 하락 전환할 위험에도 대비해야 할 때라는 분석이다.
김 애널리스트는 "달러화 강세가 진정되고 변동성이 축소되어야 세계 금융 시장이 안정을 찾을 수 있는데, 저점에 대한 예측을 섣불리 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전저점이 지지되는지, 무산되지는 않는지 잘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기존 지지선이 잘 방어되는 게 확인될 경우에는 종전처럼 분할매수에 나서는 게 좋은 전략이라고 김 애널리스트는 덧붙였다.
백종민 기자 cinqange@
김유리 기자 yr61@
지선호 기자 like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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