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중소업체 판매수수료 낮추라는 압박한지 얼마나 됐다고 명품수수료 단속까지 나서니 그 어느 정권때보다 간섭이 심한 것 같아요. 순수 시장자율에 맡겨야는데.."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수수료를 문제삼아 잇따라 유통업계를 압박하고 나서면서 업계 대표를 비롯한 임원들의 볼멘소리가 잦아졌다.
공정위가 대형유통업체의 중소업체 판매 수수료 인하안을 발표한 지 20여일만에 백화점 명품수수료를 조사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문제는 연일 회의를 하며 대책을 강구해보지만 이렇다 할 방안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 일부에서는 할테면 해보라는 식의 강한 불만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수수료 인하 합의 울며 겨자먹기=지난 6일 공정위가 대형유통업체의 중소기업 수수료에 대해 3~7%포인트 가량 인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지만 현재 실행계획을 발표한 업체는 전무하다.
당초 김동수 공정위원장의 억지 끼워 맞추기에 대형 유통업체들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따라갔지만 이후 업계와 정부의 온도차는 여전히 달랐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공정위의 합의안 발표 이후 몇 차례 개선 계획을 전달했지만 공정위 기대치에 못 미쳐 받아들여 지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A백화점 관계자는 "현재 백화점 영업이익률이 5~8% 수준이기 때문에 영업이익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논의를 하고 있지만 뾰족한 답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B백화점 관계자는 "중소기업 수수료 인하 문제는 당장 답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정부의 주장이 아주 일리가 없는 건 아니지만 시간을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엔 명품 수수료=공정위의 고강도 압박은 백화점 명품업계 수수료 조사까지 이어졌다.
내달부터 롯데, 신세계, 현대 3대 백화점을 중심으로 의류, 화장품 등 몇 개 상품군의 판매수수료를 집중적으로 조사하는 한편 중소업체와 유명브랜드인 '명품' 제품들의 판매수수료도 비교할 계획인 것.
공정위 관계자는 "국정감사가 끝나고 집중적으로 시작할 예정"이라며 "백화점이 명품업체에게서 받는 수수료를 알아보는 차원에서 하는 것으로 어떤 조치를 할지는 그 때가봐야 한다"고 말했다.
명품수수료 조사에 백화점업계는 전전긍긍하고 있다. 슈퍼 갑인 명품업체와 최근 들어 업계에 서슬퍼런 날을 세우고 있는 공정위 사이에 끼어 이래저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백화점 이미지와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명품업체인 만큼 이번 공정위 조사가 어느 정도 파급력을 가져올 지에 대해서도 고민하는 모습이다.
C백화점 관계자는 "명품업체가 백화점의 매출과 인지도 등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수수료를 올려달라는 말을 꺼낼 수가 없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백화점 측은 또 신규 사업에서 명품 브랜드 유치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신세계 인천점의 경우 지난 4월 루이비통을 1층에 입점시킨 뒤 매출이 늘어나 출범 10년 만에 백화점 순위 10위에서 5위로 껑충 올라섰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백화점업계가 명품에 아쉬운 입장일 수 밖에 없어 명품 수수료가 개선되기는 쉽지 않다"며 "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자칫 외교마찰로 번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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