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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상준 기자의 CINEMASCOPE - '도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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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상준 기자의 CINEMASCOPE - '도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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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실제 사건을 그린 영화는 언제나 흥미롭다. 특히 그 사건이 '현재진행형'일 때는 더 그렇다. 영원한 미제 사건으로 남은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미스터리 스릴러로 푼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2003)은 그 아픈 사건을 잊지 않은 이들의 관심을 자극하며 전국 5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이후 故 김형호 유괴사건과 개구리소년 실종사건 등 나머지 미제 사건들을 그린 '그놈목소리'(2007)와 '아이들…'(2011)도 차례대로 영화로 제작, 사회에 적잖은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이번 주 개봉되는 영화 '도가니' 역시 실제 사건에 포커스를 맞췄다. 끝내 가해자의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위 영화들과는 달리 '도가니'(감독_황동혁, 21일 개봉)의 경우는 심플하다. 가해자가 누군지 피해자가 누군지 모두 알고 있지만, 부조리하고 부정한 한국 사회의 추악한 단면은 이 사건을 철저히 '없었던 것'으로 넘겼다. '도가니'는 다시금 이 사건을 수면 위로 올리려 한다.


태상준 기자의 CINEMASCOPE - '도가니'

'도가니'는 지난 2000년부터 4년 동안 지방 소도시(극 중에서는 '무진'이라는 가상의 도시로 설정됐다)의 청각장애학교에서 실제로 벌어진 사건을 다룬다. '도가니'는 사형 제도의 근원적 문제점을 제기했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공지영 작가가 쓴 동명의 르포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도가니'는 실제 사건이 주는 묵직한 충격과 감정적인 울림 등 21세기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작가의 영리하고 예리한 시선이 도드라진 작품이다. 장편 데뷔작 '마이 파더'(2007)에서 해외 입양아 문제를 감동적인 내러티브로 그렸던 황동혁 감독은 공지영 원작 소설을 최대한 충실하게 스크린에 옮겨냈다.


영화의 완성도는 '웰 메이드'다. 마치 공지영의 책 속 활자가 스크린에서 살아 숨쉬는 것 같다. (영화의 오프닝은 근래 나온 소설 원작 영화 중 가히 최고다) 군 제대 후 영화로 복귀한 공유와 이제 충무로 대표 여배우로 올라선 정유미의 연기 호흡도 좋다. 극 중 묘사되는 아동들의 성 폭행 장면은 지나치게 사실적이고 노골적이다. 스크린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을 만큼 불편하고 참혹해 다분히 흥행적이고 선정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감독과 작가의 의도는 명백하다. 관객들의 감성을 최대치로 건드려 병폐 덩어리인 한국 사회를 정상으로 되돌리려는 것. 영화는 힘이 세다. '도가니'는 이를 입증하려는 2011년 가장 용감한 한국 영화 중 한 편이다.




태상준 기자 birdc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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