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투게더3> 목 KBS2 밤 11시 5분
“유행어만 들으니까 재미가 없네. 그죠? 상황이(맞아야 하는데).” 박명수의 말처럼 맥락을 벗어나면 유행어도 빛이 바랜다. 그걸 아는 사람들이 왜 그랬을까. <해피투게더3> ‘MC 꿈나무 특집’은 손님들의 안부도 다 묻기 전에 개인기부터 보면서 시작했다. 붐의 군 시절 무용담이나 장윤주의 모델 포즈 강좌, 박명수-김현철-붐의 ‘셰이크 잇’ 랩배틀은 따로 놓고 보면 어느 하나 버릴 게 없었다, 하지만 이 개인기들을 별 맥락도 여유도 없이 초반 20분 안에 쑤셔 넣으면 보는 사람도 지치는 법이다. 각 개인기를 보여주기 바빠 초대손님들 간의 토크는 종종 찰기를 잃었고, 자극의 강도만 자꾸 높인 탓에 붐이 기껏 “형광펜으로 줄을 쳐가며” 준비해 온 에피소드들도 금방 휘발되어 버렸다. 적재적소에 끼어들어 쇼의 BPM을 가라앉혀 준 하하와 고영욱의 어시스트가 아니었다면 ‘MC 꿈나무 특집’은 자칫 초반 20분의 호흡으로 한 시간을 채울 뻔했다.
하하는 다른 손님들이 무리수를 던지면 치고 들어와 맥을 끊어 퇴로를 열어 줬고, 고영욱은 “김지현 씨는 요즘 늙고 계시다”, “주접들 X고 있네”와 같은 멘트들을 상황에 따라 변주하며 웃음의 진폭을 조율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쇼에 정중동의 리듬이 생기기 시작했다. 호흡에 여유가 생기자 대화에 연결고리를 묶는 것도 한결 쉬워졌다. 장윤주를 중심으로 김현철의 이상형과 고영욱의 추파가 자연스레 한 맥락으로 엮였고, 붐도 김현철과 캐치볼을 하듯 공방을 펼치며 안정된 호흡을 찾았다. 급기야 가장 이질적인 코너인 ‘손병호 게임’조차 고영욱이 장윤주에게 추파를 던지던 과거사를 게임에 투사한 덕에 모처럼 이전 코너와의 유기성을 지니게 됐다. 구슬 서 말도 꿰어야 보배라고 그 어떤 콘텐츠도 리듬이나 맥락 없이 늘어만 놓아서는 사람들을 매료시키기 어렵다. 어느 새 오래된 쇼가 된 <해피투게더3>가 그 기초적인 덕목을 새삼 상기할 수 있다면 초반 20분의 수업료도 헛된 지출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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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이승한(자유기고가) 외부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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