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현대차와 삼성전자 두군데 전부 합격했는데, 제 생각도 그렇고 주변에서도 현대차 입사를 추천했습니다. 조직문화의 차이 뿐 아니라 현대차가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점이 이 회사를 선택하게 만들었습니다."
올 상반기 현대차그룹의 순이익이 사상 최초로 삼성그룹을 넘어섰다는 소식을 들은 후, 불현듯 몇 달 전 현대차 신입사원과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이 직원은 "삼성은 왠지 모르게 답답한데 반해, 현대차는 보다 자유로운 느낌"이라고 스스로 그 차이를 정리했다. "주위 친구들 중에서도 현대차를 선택하는 사례가 많다"고 덧붙였다.
당시 몇 마디 대화를 통해 기자는 '현대차가 삼성을 넘어서기 시작했구나'라고 하는 단순한 느낌을 받았다. 불과 2년전까지 구직자들 사이에서 삼성전자와 현대차 사이에는 엄연한 격(格)이 존재했지만, 짧은 기간 내에 동급으로 격상된데 이어 이제는 슬금슬금 앞설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현대차의 순이익이 삼성을 넘어섰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구직자들의 반응이 훨씬 빨랐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현대차와 삼성의 순이익 역전현상은 이들 기업의 포지셔닝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각각 자동차와 반도체의 시황 때문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지만 기업의 전략 차이가 컸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삼성전자의 라이벌인 애플이 전세계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고, 현대차의 라이벌인 도요타, 혼다 등이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고 있는 게 그 예다.
삼성은 애플의 아이폰이 나오기 전까지 휴대전화 시장의 최강자였다. 화려한 디자인의 하드웨어는 전세계 사용자들을 매료시켰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대 진입 후 과거의 영광은 빛을 잃었다.
반면 현대차는 신증설 등 양적 성장을 할 수 있는 여건에도 내실을 다지는 식의 다른 행보가 통했다. 일부 글로벌 자동차기업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음에도 현대차가 약진한 것은 자동차 시황 덕분이 아닌 스스로 노력한 결과로 볼 수 있다.
현대차의 삼성 추월은 글로벌 메이저 '자동차 기업'을 넘어 글로벌 메이저 '기업'으로의 도약을 의미하는 신호탄이다. 상반기에는 일본 메이커의 생산차질에 따른 반사이익이라는 해석도 있는 만큼, 진정한 성과를 위해서는 더욱 의연해져야 한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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