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공순 기자] 미국, 유럽, 중국 등 세계의 3대 경제단위가 모두 현재의 정책이나 시스템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안고 있다고 골드만삭스가 지난달 중순 발간한 특별고객에게 보내는 보고서에서 지적했다. 지난 달 중순 골드만삭스의 헷지펀드전략증권본부에서 발간한 이 보고서는 대형 펀드 등 기관투자자 및 특별 고객에게만 발송된 것으로, 세계 경제 전망을 근본적으로 현상 유지 불가능한 것으로 보면서 “중국의 경기 확장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고, 유럽은 국가 부채와 은행들의 과도한 레버리지로 자본 재구성이 불가피하며, 미국은 유동성의 문제가 아니라, 주택 버블에 의해 생겨난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양적완화(QE)로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미국에 대해서는 “더 많은 부채로는 부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서 “미국은 국가 부채로 미국 소비자들에게 돈을 대줬지만, 이같은 정책이 일자리를 증가시킬 만큼의 효과를 가져오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과연 세계 제일의 기축통화(달러)를 언제까지 계속 평가절하시킬 수 있는가“라고 질문하고 있다.
또 유럽에 대해서는 부채 위기가 심각한 남유럽 국가들을 계속 구제금융해오고 있지만, 부담이 점점 가중되고 있다면서 “과연 독일이 나머지 유럽 국가 전부를 구제금융을 해 줄 수 있는가?”라고 묻고 있다. 또 중국은 신용 확장으로 투자 확대를 유지했지만, 이는 인플레이션으로 나타났다면서 “중국은 소비자들의 재무구조를 건전화시킬 수 있는가?”라고 반문한다. 이 보고서는 반문으로 그치고 있지만, 그 안에 깔린 의미는 세계의 3대 경제 단위 모두 근본적인 문제들을 갖고 있으며, 현재의 정책으로서는 해결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보고서는 미국에서 추가적인 양적완화(QE)가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지만, 미국 국민들에게 중요한 것은 “주택 문제이지 주식 시장이 아니”라고 지적함으로써, 연방은행이 암묵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주식시장 부양을 통한 경기 활성화 정책에 대해 의문을 드러내고 있다. 또 유럽 은행들의 비즈니스모델이 도매 자금을 통한 높은 레버리지를 통해 이윤을 남기는 방식으로 은행들이 보유한 금융자산의 가치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자금 수혈에 압박이 가해지고 있어 자본재구성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분석에 따르면 독일 은행들의 레버리지는 33배가 넘으며, 프랑스는 약 26배, 이탈리아는 20배에 달한다. 따라서 바젤 III 조약에 따른 의무적 자기자본 확충에 필요한 자금이 상위 16개 은행은 약 1조8천억 유로, 유럽의 모든 은행은 최소 3조5천억 유로에서 최대 5조5천억 유로에 달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유럽에서 설사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이 정착되더라도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등 5개국의 국가 채무만해도 2조8천억 유로에 달해 사실상 남유럽 국가 부채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다만 EFSF의 규모를 최대한 확대한다면 약 2조8천억 유로 수준까지 가능해 간신히 남유럽 5개국의 부채를 감당할 수준으로 분석했다.
또 중국도 부채 증가가 더 이상은 유지불가능한 것으로 파악하면서 신용증가율이 국내총생산 증가율 보다 훨씬 빠르고, 지나치게 투자에만 의존하고 있어서 경제 왜곡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 결과 식료품과 에너지 인플레이션을 막기 어려우며 지난 2008년 경기 부양을 위한 이후의 유동성 공급 조처가 과잉 신용 증가를 가져왔다고 보았다. 또 이같은 급속한 대출 증가가 부실채권 문제를 가져와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는 상태라고 보았다.
이공순 기자 cpe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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