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등 흑자회원국서 자금조달해 유럽 적자국 대출해야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유럽 부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럽중앙은행(ECB) 채권매입을 할 게 아니라 국제통화기금(IMF)이 회원국에서 자금을 모아 만든 기금을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GPSE 리쿠스 요하네스 비테벤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23일자 영국의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한 ‘더 크고 대담한 기금이 추가 붕괴를 막을 수 있다’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이같이 제안했다.
베테벤 전 총재는 “현재의 위기는 전혀 완화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유로존(유로 사용 17개국) 지도자들은 현재의 단일통화제체제에서 정치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ECB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능력의 한계에 근접했다”면서 “부채 삭감에 의존하는 것 즉 조직된 디폴트(채무불이행)는 각국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유럽의 은행과 보험사,연기금에 대규모 손실을 초래하고, 2008년 리먼브러더스 도산때의 시스템 위험에 버금가는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테벤 전 총재는 “지금의 문제는 선진국의 능력을 초월하고, 그래서 세계 경제의 성장, 신흥국의 성장을 위협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중국,인도, 브라질 및 기타 다른 국가의 주가도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들 국가의 보유고에는 사상 최대 흑자가 쌓여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에 따라 현재의 문제를 글로벌 규모에서 대처하기 위해서는 새롭고 유효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기가 총재로 있던 1973년에서 1978년 사이에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흑자와 이에 따른 적자 문제를 풀기 위해 1973년 ‘석유차관(Oil facility)’을, 1977년에는 라틴아메리카 채무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보완차관(supplementary facility)‘을 각각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그렇다면 왜 지금은 각국이 차입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지를 주기 위해 ‘부채차관’(debt facility)을 만들지 못하느냐”고 반문했다.
비테벤 전 총재에 따르면 IMF의 차입능력은 회원국의 쿼타에 의존하는 자금조달 체계로 제약을 받았던 만큼 IMF차관은 상당히 효과가 있었다.
1973년 유가가 급등했을 때 OPEC 회원국은 쿼타를 훨씬 초과하는 흑자를 얻었고, 석유차관은 IMF가 OPEC 회원국에게서 자금을 빌려 유가 급등으로 적자를 봤으나 상업은행의 자금지원을 쉽게 받지 못하는 국가에 사용하도록 허용했다.
이들 기금의 사용은, 적자 감축 시간을 더 줌으로써 한꺼번에 적자를 감축하려고 할 때의 경기침체 충격을 덜어주는 것을 겨냥했다.
비테벤 전 총재는 오늘날의 상황은 많이 다르지만 신흥국과 OPEC 회원국들은 기금에 대한 쿼타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흑자를 내고 있는 반면, 선진국들은 은행들에게 생사를 건 자금지원을 계속해주도록 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새로운 ‘부채차관’은 IMF가 모든 흑자국으로부터 거액을 빌리도록 해서 이탈리아와 같은 큰 나라에게조차 자금지원을 하도록 해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이런 나라들은 적자가 충분히 감축될 수 있을 때까지 2년 동안 자금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대기성차관(stand-by arrangement)도 신청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것이 시장을 확신시켜 금리를 낮추고 SBA를 일부만 쓰이도록 할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런 차관은 유럽의 독일과 같은 나라는 말할 것도 없이 중국과 일본,중동 국가들의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활용할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방안은 흑자국들이 적자국에게 직접 자금지원을 하는 것보다 더 매력이 있을 것이며, IMF의 자금지원의 최우선 순위는 디폴트(채무불이행)에 있는 만큼 자금지원을 하는 위험은 최소화된다고 그는 설명했다.
또 IMF에 빌려주는 자금은 훗날 원한다면 얼마든지 인출할 수 있으며, 공여국 외환보유고에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인 만큼 납세자들에게도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그는 덧붙였다.
비테벤은 이같은 방안의 마지막 이점은 이탈리아와 스페인과 같은 큰 나라들이 IMF의 융자조건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IMF는 ECB가 하는 채권매입 임무를 떠맡을 수 있는 데 이는 ECB의 일이라기보다는 IMF의 일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결국 자금조달은 시장메커니즘이 맡을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그는 극심한 경기침체의 주기를 피하기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조치가 시급하지만 많은 정부는 부채문제에 발목이 잡혀있다고 지적하고, 비정상적인 문제들은 관례를 벗어난 해결책을 요구한다고 결론을 맺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