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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재정위기 관전법...초반은 선방·확실한 문단속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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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재정위기 관전법...초반은 선방·확실한 문단속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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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야구마니아인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임 고용노동부 장관시절부터 정책의 입안과 시행의 의지를 강조하면서 야구용어를 빗대어 설명했다. 고용부 장관에 취임해서는 노사문화 선진화와 일자리 창출에 매진하겠다면서 전임 임태희 장관(현 대통령 비서실장)의 바통을 이어받은 중간계투라고 했다. 고용부 직원들에게는 평상시 수많은 연습을 통해 아주 까다로운 타구도 쉽게 잡아내야 한다며 특급유격수론을 펼쳤다. 재정부 장관에 취임해서는 넘쳐나는 재정지출의 요구를 온 몸으로 막아서겠다면서 포수론을 강조했다.


◆박재완 경제팀...투수·포수·유격수 공수양면 능력요구=한편에서는 제 2 선발투수의 역할을 요구받았다. 윤증현 전 장관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잘 극복했다는 점에서 구원투수, 소방수 역할을 잘 해 냈다고 평가된 데 따른 것이다. 박 장관의 경제팀에는 위기극복 이후의 불안을 사전에 제거하고 우리에게 부족한 내수,서비스선진화, 균형재정의 기틀을 확립해야 한다는 점에서 선발투수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조치로 인해 시작된 금융불안이 글로벌 재정위기로 확산되면서 박 장관의 경제팀 역할도 달라지는 모습이다. 물가상승압력이 여전한 가운데 주식, 환율 등 금융시장의 불안이 실물경제로 전염되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 내수, 서비스산업의 선진화를 통해 경제의 체질을 개선해야하고 늘어나는 예산지출의 요구를 막아내야 한다. 대외적으로는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이 탄탄하다는 점을 설득시키는 동시에 위기대응능력을 높여야 한다. 박 장관의 말 대로하면 연립미분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금융 불안 초반에 대량 실점을 막아 선방했지만 중간계투와 마무리에서 실점을 최소화하면서도 방어에 그치지 않고 적벌한 용병술과 집중력을 발휘하는 공격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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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 대량실점 막았다=1일 2172.31이던 코스피 지수는 2일 미국의 더블딥(경기 회복 후 다시 침체) 우려로 급락세를 보이면서 2120선으로 후퇴했고 5일에는 2000선이 붕괴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미국 국가 신용등급 강등 여파로 8일 1900선을 내줬고 9일 장중 1600선까지 폭락했다. 이후 연기금의 방어 노력으로 1800선에 턱걸이했고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최소 2년간 제로 금리를 유지한 채 경기부양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히면서 1830선으로 상승했다. 12일에는 유럽과 미국 증시 상승에 힘입어 시작했지만 전날보다 24포인트 이상 빠진 1793.31로 마감했다.

원/달러환율은 1일 1050원선을 턱걸이했다가 8일에는 1080원대를 복귀했고 12일에는 글로벌달러 약세 여파로 1078.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환율이 코스피에 연동되며 1070~1090원대에서 주로 거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가와 환율이 혼조세를 보였지만 채권시장은 강세를 보였다. 외국인이 주식 매각 자금을 모두 환전하지 않은 채 상당 부분 국내 채권을 사들였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2일 이후 9일까지 국내 채권을 총 1조1353억원 순매수했다. 외국인의 채권 선호에 힘입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일 3.90%에서 10일 3.45%로하락(채권값 상승)했고 AA-급 회사채 3년물 금리도 4.59%에서 4.18%로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증시나 외환시장 향방은 글로벌 금융시장 변화가 관건이지만 한국 국채에 대한 외국인 수요는 꾸준히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 2008년에는 1997년과,,이번에는 2008년과 다르다=세계경제가 불안해지고 증시,환율 등의 금융시장이 혼란해질때마다 우리나라는 코리아리스크는 없다면서 적극 방어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도래하던 2008년에도 정부는 이른바 '9월 위기설' 관련해 외환보유액, 외채규모, 외국인채권 재투자, IMF 당시와의 유사성 등 4가지 쟁점에 대해 1997년 외환위기와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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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재정부는 '외채구조ㆍ외화유동성, 한국은 2008년과 다른 상황'이라는 제목의 별도 자료를 냈다. 재정부는 "2008년 리먼 도산 당시와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의 외채구조가 크게 개선되고 외화유동성도 양호한 상황"이라면서 "최근 CDS 프리미엄이 소폭 상승하였으나, 2008년 위기와 여타 국가와 비교해볼 때 안정적인 수준"이라고 밝혔다. 재정부는 특히 "일부 투자은행 보고서와 같이 한정된 지표만으로 위기대응능력을 평가하는 것은 단편적인 접근방식"이라며 "특정 국가의 위험도는 예대율, 커버리지비율(외화조달필요액에서 외환보유액을 나눈 비율)등 일부지표가 아닌 실물경제, 재정여건, 대외건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 검토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향후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은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외국인채권투자도 상대적으로 중장기 목적의 외국인 투자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고 했다. 환율 변동성과 관련해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일본 엔화, 유로화보다 원화 변동성이 크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진단했다. 달러화대비 환율 변동성(%, 일일변동률의 기간중 평균)의 경우 유로화는 2008년 0.64에서 2011년 1ㆍ4분기 0.50, 같은 기간 엔화는 0.68에서 0.49, 원화는 0.99에서 0.41을 나타냈다.


◆시장의 불안은 계속...성장률 물가 달성에 의문=하지만 시장에서는 최근의 재정위기가 실물경제로 급속히 전염되고 있다고 보고 정부가 정한 올해 물가(4%), 성장률(4.5%)은 물론 재정의 건전성을 지키려는 목표가 달성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높다. 금융시장 불안이 단기간 내에 진정되지 않으면 가장 먼저 우리 경제의 주축인 수출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고 주가하락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은 내수 악화로 이어질 수 있어 국내 경제성장이 둔화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명활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4.0%의 성장이 가능한 지도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며 "미국 경제가 앞으로 어떤 행로를 보일 것이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신석하 한국개발연구원 거시동향연구팀장은 "미국 경제가 급격히 나빠지지는 않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한국의 성장률이 4%에 이를지 여부에 대해 명확히 판단하기 어렵다"며 "대외적 요소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LG경제연구원은 14일 '세계주가 폭락, 성장궤도 하향의 서막인가' 보고서에서 "세계 경기 침체시 우리 주력제품 수요가 더 크게 위축될 수 있다. 경기의 조정 국면이 상당기간 지속되거나 다시 하강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면서 "이 경우 연간 경제성장률 역시 예상치인 4%대를 달성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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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은 "주요 20개국(G20), 주요 7개국(G7)의 정책 공조가 이뤄지고 있어 세계 금융위기가 어느 정도 진정될 것"이라며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4.3%로 보고 있는데 현재까지 이 전망치를 하향조정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윤종원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도 "지금은 그런 전망을 내놓기에는 너무 이르다. 금융시장이야 원래 영향을 빨리 받기 때문에 요동치고 있는 것이고, 실물경제에 영향을 줄 지 소비심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는 지켜봐야 한다"면서 "벌써부터 성장률 몇 퍼센트 예측 치에 일희일비할 시점이 아니라고 본다. 일단은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특히 일부 외국계 증권사에 대해서는 한국경제에 대해 저평가를 하고 위기론을 확산시킨다면서 불편한 심기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12일 외국계 금융기관 사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객관적 기준이 아닌 자의적 기준의 보고서 발표에 유의해 달라"고 했다. 한국경제 성장률을 2.5%까지 내릴 수 있다는 노무라증권 보고서에 대해서는 재정부가 발끈했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정부에서 일일이 그러한 전망에 대응해야 하나"고 반문하면서 "무슨 근거로 우리 경제를 비관적으로 보는지는 모르겠지만 언급할 필요가 없다"고 잘라말했다.


◆내년 선거 앞두고 곳간방어 최대관건=정부는 현재 주식시장과 외환시장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대폭 강화한 상태다. 당분간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금리ㆍ환율ㆍ유동성을 면밀히 점검해 이상징후가 발견될 경우 유동성 공급 확대 등 위기대응계획(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신속히 조치한다는 계획이다. 환율도 급격한 쏠림현상이 발생하면 미세조정(스무딩오퍼레이션)한다는 입장이다.


한편에서 가장 걱정스러운 부분은 곳간(재정)지키다. 이명박 대통령이 10일 과청사에서 소집된 '금융시장 위기관리를 위한 비상대책회의'에서 내년도 예산 편성 방향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것도 이 같은 상황을 감안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재 각 부처가 요구한 내년 예산ㆍ기금의 총지출 규모는 332조6000억원, 올해 예산대비 7.6% 증가한 규모다. 취득세 인하에 따른 국고보전분 등 이번 요구에 포함되지 않은 일부 대규모 사업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내년 요구증가율은 2005년 총액배분자율편성 제도 도입 이후 최대치다. 정부는 그간 무모한 포퓰리즘 예산요구에 대해서는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으나 정치권의 요구는 끊이질 않고 더 늘고 있다.


정부 추정에 따르면 18대 국회에서 의원입법 형태로 발의된 법률안 중 예산이나 세제지원이 필요한 것은 2780건으로 전체의 30%를 차지한다. 이들 법률이 통과될 경우 소요되는 재정은 무려 800조원에 이른다. 800조원이면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75%에 해당하는 규모다. 재정 부담을 수반하는 국회의 입법안 제출은 15대 국회 때 13건, 16대 76건, 17대 1367건, 18대에는 2782건까지 급증했다. 당장 무상복지와 반값등록금 추진에만 최소 연간 40조원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분야별로 포퓰리즘적 성격의 항목은 삭감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신 수출 둔화와 일자리 감소 등에 미리 대비하기 위한 항목의 예산은 늘 것으로 보인다. 재정 건전성을 강조한 만큼 전체적으로 긴축 예산을 짜되, 실물 경제가 위축되지 않도록 포퓰리즘적 항목에서 삭감한 예산을 서민 경제 활성화와 관련된 예산에 집중 투입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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