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들 외국계에 완패
키움증권만 11위... 대형사들 20위 밖 부진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국내 증권사의 1인당 생산성이 외국계 증권사에 크게 뒤쳐진 것으로 집계됐다. 생산성 상위 10개사에 국내 증권사는 단 한 곳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고, 대형 증권사는 20위권으로 밀려있다.
25일 아시아경제신문이 금융투자협회에 등록된 국내외 증권사 62개사를 대상으로 2010 회계년도(2010년 4월~2011년 3월) 1인당 생산성을 집계한 결과 상위 10개 증권사중 국내 증권사는 전무했다. 1인당 생산성은 연간 영업이익을 임직원 수로 나눈 결과다.
국내 증권사 중에서는 키움증권의 1인당 생산성이 2억8529만원으로 지난 2009 회계년도(2009년 4월~2010년 3월)에 이어 2010 회계년도에도 11위를 차지했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의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순위가 오히려 하락하는 부진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국내에 진입한 외국계 증권사의 경우 주로 영업인력이 배치돼있기 때문에 비영업인력를 포함한 국내 증권사들보다 상대적으로 1인당 생산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더라고 그 격차를 좁히지 못하는 부분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들의 생산성과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가 다양하기 때문에 한마디로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외국계 증권사들에 비해 경쟁력이 밀리는 것은 분명하다”며 “이와 관련해 정부도 제도개선 등 여러가지 측면에서 고민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외국계 증권사들의 1인당 생산성은 국내 증권사들에 비해 눈에 띄게 높다. 모건스탠리증권은 지난 2010 회계년도에 영업이익 931억원을 기록해 1인당 생산성이 9억1276만원에 달했고, JP모건증권은 5억1000만원으로 5위에 랭크됐다. 이어 메릴린치증권 4억1225만원, 골드만삭스증권 서울지점 2억9726만원을 기록했다.
지난 2009 회계년도에 12위권에 머물렀던 노무라증권서울지점은 지난해 아시아지역에 대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인 결과 10위권에 진입했다. 노무라증권 서울지점의 1인당 생산성은 2009 회계년도 2억1647만원에서 2010년 2억9080만원으로 34% 증가했다.
상대적으로 국내 증권사들의 성적은 초라하다. 지난 2009년에 이어 2010년 회계년도에도 국내 대형증권사들 중 1인당 생산성이 2억원을 넘은 곳이 단 한 곳도 없으며 자기자본 기준 국내 최대 증권사인 대우증권(21위)과 삼성증권(20위)은 모두 20위권으로 밀려나 있다. 채권 및 법인영업 등이 주력인 부국증권(1억2975만원), 유화증권(1억958만원), 리딩투자증권(1억5132만원) 등 소형 증권사들은 16~19위권에 포진해 있다.
증권사별로는 삼성증권의 1인당 생산성이 지난해 1억891만원을 기록하며 2009년 1억492만원 대비 소폭 늘었지만 대우증권은 1억2634만원에서 1억641만원으로 10% 가까이 감소했다. 한국투자증권은 2010년 1인당 생산성 9042만원을 기록해 2009년 대비 2계단 하락한 25위에 랭크됐고, 현대증권은 한 계단 내린 29위로 20위권을 가까스로 지켰다.
증권업계 IB관계자는 “외국계 증권사는 축적된 자금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신흥시장에서도 높은 효율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대부분의 국내 증권사들은 지나치게 제한된 시장에서 파이를 나눠먹다 보니 좀처럼 생산성이 향상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대형 인수·합병(M&A)이나 기업자금조달 등 투자은행(IB)영역에서 국내 증권사들의 추종을 불허하는 강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점도 생산성 제고에 기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임철영 기자 cy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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