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15~6월12일까지 전통시장에 대한 추억, 노하우 등 43편 접수
[아시아경제 문소정 기자] # 입구에서 좀 들어가니 뭔가 시끌시끌하다. 노인들도 있지만 풋풋한 청소년들도 함께 박수치고 떠든다. 무대엔 노랗게 물들인 머리를 한 20대 그룹이 노래를 부른다. 플랭카드엔 '우림시장 문전성시 프로젝트'란다. 시장에서 이런 것도 하다니... 신기하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하다. 20년전에 다니던 그 시장이 아니다. 모름지기 모든 시설이든 물건이든, 하물며 사람까지 시간이 가면 낡고 늙어지는데 이건 옛날의 눅눅하고 파리 날리던 그 시장이 아니다. 주름진 얼굴에 무표정한 상인도 없고 슬리퍼 다 젖던 흙탕물 바닥도 아니다. 지붕엔 캐노피가 쳐 있고 바닥은 평평하게 아스팔트로 포장되 흙탕물 고인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작은 점포에도 아담하나마 이쁜 간판이 붙었다. 인터넷에서나마 볼 수 있었던 교복 공동구매 가게도 보인다.···(중략)
20년만에 전통시장을 찾은 권순성씨가 변화한 시장의 모습에 감탄하며 쓴 글이다. 권씨는 이 글로 '전통시장, 어제를 추억하며 내일을 이야기 한다' 대상을 받았다. 전통시장의 아케이드 시설과 배송서비스 등 서울시 전통시장 활성화 정책에 대한 실감 있는 설명으로 전통시장만의 따뜻한 정을 재미있고 생생하게 잘 녹여냈다는 평가다.
서울시는 지난 5월15일부터 6월12일까지 진행한 '전통시장, 어제를 추억하며 내일을 이야기 한다' 수기공모전에 당선된 우수작 26편을 15일 발표했다.
이번 수기 공모전에는 ▲어린시절 전통시장에서의 추억 ▲시장상인들의 가슴 뭉클한 이야기 ▲대형마트에 밀려 설 자리를 점차 잃어가고 있는 전통시장에 대한 안타까움 ▲나만의 전통시장 장보기 장보기 요령 등을 내용으로 한 다양한 사연 43편이 접수됐으며 이 중 대상 1편, 우수상 2편, 장려상 3편, 입선 20편이 선정됐다.
특히 이번 수기 공모전의 대상과 우수상은 모두 남성들이 차지한 것이 눈길을 끌었다. 그동안 전통시장 하면 으레 나이 든 주부들의 주 방문자라고 생각했던 선입견을 깬 것이다.
심사는 수필가, 전통시장 상인회장 등 분야별 전문가 5명이 참여해 소재의 참신성, 공감성, 내용 구성의 완성도, 향후 전통시장 스토리텔링 콘텐츠의 활용가능성 등을 평가했다.
당선자에게는 서울전통시장 상품권을 부상으로 지급하고 당선작은 서울시 홈페이지와 블로그, 트위터 등을 통해 홍보를 진행, 인터넷에 친숙한 젊은세대들이 전통시장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전통시장의 신규 고객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박상영 서울시 생활경제과장은 "이번 공모전으로 전통시장 활성화에 대한 시민들의 체감 정도를 알 수 있었고 향후 중점 추진해야 할 시책부분에 대한 방향성을 모색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도 전통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문소정 기자 moon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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