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남북이 금강산 재산권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13일 북한의 금강산에서 마주한다. 지난 달 29일 북한의 금강산 재산 처분 위협에 따라 남측의 민관합동협의단이 금강산을 방문한 이후 보름 만이다.
서두현 통일부 사회문화교류과장을 단장으로 총 10명으로 구성된 민관합동협의단은 이날 오전 10시께 동해선 출입사무소(CIQ)를 통해 금강산지구로 들어갔다. 이날 협의는 북측이 "13일까지 재산정리안을 연구해 들어오지 않으면 재산권을 포기한 것으로 간주하고 법적 처분할 것"이라는 위협에 따라 우리 정부가 이날 협의를 제안한 것을 북측이 수용하면서 이뤄진 것이다.
앞서 북측은 지난해 4월 금강산에 있는 남측 재산을 몰수·동결 조치한 데 이어 올해 4월 현대아산 독점권을 취소하고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을 제정했다. 이후 북측은 통지문 등을 통해 새 특구법에 따라 남측 기업들이 금강산 관광 사업에 참여하거나 자산을 임대, 양도 또는 매각할 수 있다고 통보한 바 있다. 자신들이 추진하는 새 금강산 관광사업에 남측 기업이 참여하거나 재산을 처분하라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북측의 일방적인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북한의 남측 재산 처분 요구가 우리 기업들의 재산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남북공동협정문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특히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선 관광객 피격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재발 방지, 제도적 장치 마련 등 3대 조건이 선결돼야 한다는 논리다.
때문에 이날 협의에선 남북간 팽팽한 기싸움이 예상된다. 남북이 각자의 입장차 확인하고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민관협의단은 지난달 29일에도 북측의 요구에 의해 금강산을 방문했지만, 협의방식을 둘러싼 이견으로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하고 돌아온바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남북이 이번 협의를 통해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는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를 접지 않고 있다.
금강산은 남북간 정치와 경제, 사회 등 전반적인 문제가 집약된 곳이다. 1998년 분단 50년 만에 북한이 처음으로 남측 민간에게 개방한 만큼 상징성이 크다. 그러나 3년 전 고(故) 김왕자씨가 금강산에서 피격된 이후 관광은 전면 중단됐고, 남북관계는 급격히 악화됐다. 금강산에 투자한 현대아산을 비롯한 남측 기업의 손해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태다. 북한도 금강산 관광을 통한 외화벌이가 중단되는 등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하자 금강산에 있는 남측 재산 처분이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왔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금강산에 있는 남측 재산을 처분한다고 해도 현재로선 국제사회를 통한 항의 외에는 특별한 방법이 없다"면서 "그러나 북한도 금강산 재산을 일방적으로 처분한다면 어느 나라가 북한에 투자를 하려 들겠느냐. 북한도 이런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는 만큼 남북이 이대로 시간을 끄는 모양새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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