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성곤 기자]"공천이 뭐길래." 계파갈등 극복과 화합을 내건 한나라당 새 지도부가 사무총장 인선을 놓고 일주일째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12일 홍준표 대표 주재로 임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신임 사무총장에 재선의 김정권 의원을 표결 끝에 임명했지만 유승민, 원희룡 최고위원이 인정할 수 없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어 극심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표면적으로는 캠프인사 기용을 둘러싼 찬반이지만 속내는 공천을 둘러싼 이권 다툼이다. 사무총장 인선뿐만 아니라 공천 기준과 원칙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라는 점도 갈등 요소다.
◆얼굴 붉히는 與지도부..."사무총장 양보못해"
한나라당은 내전상황이다. 홍준표 대표가 측근인 김정권 사무총장 카드를 고수하자 유승민, 원희룡 최고위원이 결사반대하고 있는 것. 특히 당직인선안을 전례없이 표결을 거쳐 확정하면서 적지 않는 논란이 예상된다. 그동안 홍 대표와 유, 원 최고위원은 당직인선을 논의할 때마다 얼굴을 붉히는 것은 물론 멱살잡이 직전의 충돌 상황까지 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홍 대표는 이와 관련, "전당대회에서 압도적 1위로 당선됐는데 대표가 사무총장 하나 맘대로 인선하지 못하느냐"고 하소연한다. 반면 유 최고위원은 "캠프출신의 측근 인사가 기용될 경우 공천의 공정성이 우려된다"며 수용 불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원 최고위원도 마찬가지다. 홍 대표가 과거 안상수 대표 시절, 캠프인사 기용을 당직 매수행위로 비난했던 점을 거론, 반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새 지도부가 사무총장 자리를 놓고 해법없는 대치를 이어가는 것은 공천에 대한 영향력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사무총장은 선거 때 돈과 조직을 주무르는 것은 물론 공천과정의 실무작업을 총괄한다. 당 관계자는 "사무총장은 공천 프로세스의 A에서 Z까지 사실상 총괄한다"며 "18대 총선 공천을 주도한 이방호 전 사무총장의 사례에서 보듯 장난을 치면 누구 한 사람 떨어뜨리는 것은 일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친박과 친이를 대표하는 두 최고위원의 반발 역시 내년 총선과 맞닿아있다. 친박은 지난 18대 총선 당시 이른바 '친박학살'이라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다. 차기 총선에서는 자파 의원들의 생환은 물론 박근혜 전 대표의 대선가도를 위해서도 사무총장은 결코 놓칠 수 없는 자리다. 홍 대표의 측근이 사무총장을 하게 되면 줄세우기 공천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원내대표 경선과 전당대회를 거치며 와해 위기에 처한 친이계의 상황은 더 절박하다. 이대로 가면 내년 총선 공천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사활을 걸고 반대하는 것.
◆공천논의 시기, 계파활동 논란도 공천 갈등요소
사무총장만이 아니다. 공천을 둘러싼 새 지도부의 힘겨루기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사무총장 인선을 매듭짓더라도 공천을 둘러싼 갈등 요소는 여전히 휴화산이다. 우선 공천문제의 논의시기를 놓고 의견이 엇갈린다. 홍 대표는 "지금은 공천보다는 서민정책에 집중할 때"라며 정기국회가 마무리되고 내년 1월 본격 논의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 최고위원도 "공천 이야기는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된다"며 동조했다. 반면 나경원 최고위원은 "무작정 미룰 수 없다. 공천원칙은 정해야 한다. 완전국민경선제 법안을 당론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7월말 논의를 촉구했다. 남경필 최고위원 역시 "인위적인 물갈이가 안된다는 분명한 원칙이 필요하다. 공천 기준과 객관성 확보를 위한 논의는 시작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아울러 홍 대표의 계파배제 발언도 논란이 됐다. 홍 대표는 "계파활동을 하면 공천을 안줄 것"이라고 밝혔고 유 최고위원은 이에 "계파활동은 공천 불이익의 사유가 안된다"며 반발했다.
김성곤 기자 skz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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