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얼어붙은 호수나 강에서 무거운 돌덩이를 빙판 위에 미끄러뜨리며 즐기던 놀이에서 유래한 컬링(curling). 평창이 2018년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는 데 성공하면서 컬링은 유망한 틈새 종목으로 다시금 떠올랐다. 7년 후,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민국 컬링 국가대표로 출전하겠다는 야무진 꿈을 키우고 있는 초등학생들이 있다. 대한민국에 하나밖에 없는 초등학교 컬링팀. 서울 한양초등학교 컬링부 이야기다.
한양초등학교 컬링부는 2001년 만들어진 국내 유일의 초등학교 컬링팀이다. 연습공간이 없어 주말마다 새벽훈련을 해야 하고, 연습 상대도 전국에 4∼5개 정도밖에 없는 클럽팀이 전부여서 정식 시합은 1년에 한번 정도 할 수 있는 게 고작이다. 하지만 10여년의 시간동안 100여명의 학생들을 배출하면서 신구중, 청담고에서 잇따라 팀을 창설하게 만든 '컬링 전도사'이기도 하다.
한양초 컬링부는 2009년부터 동계체전에서 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올해 열린 전국 동계체전에선 여자팀이 마침내 금메달을 따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지금 9명은 모두 중학교에 진학해 컬링의 꿈을 계속 키우고 있다.
컬링은 각각 4명으로 구성된 두 팀이 빙판에서 둥글고 납작한 돌(스톤)을 미끄러뜨려 표적(하우스) 안에 넣어 득점을 겨루는 경기로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었다. 나가노올림픽을 보고 컬링부를 만들었다는 조해영(51) 교사는 "컬링은 체스와 볼링을 합쳐놓은 게임으로 지능을 발휘할 수밖에 없는 스포츠"라고 소개했다. 후보를 포함해 총 5명의 선수가 한 팀이 되어서 작전을 구사해야 되기 때문에 체력뿐만 아니라 집중력, 협동심도 기를 수 있다는 것이다.
10명의 한양초등학교 컬링부 학생들도 컬링의 매력에 푹 빠져있다. "스톤을 굴릴 때 슬라이딩하면서 미끄러져 쭉 나가는 느낌이 좋다"는 정윤하(12) 학생은 "컬링을 계속해 평창 올림픽에 나가면 영광일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민예 학생 역시 "평창에서 올림픽이 열릴 때까지 금메달을 딸 수 있는 실력을 꼭 갖춰서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2011년 동계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민예를 비롯한 10명의 컬링부 학생들은 당장 내년에 열릴 동계체전에서 금메달을 목표로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
하지만 동계스포츠 중에서도 국내에 아직 덜 알려진 컬링은 전용 링크조차 갖추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태릉선수촌의 연습장은 국가대표선수부터 중·고교 선수들까지 사용해야 해서 초등학교 학생들은 새벽에 연습을 할 수밖에 없다. 학교 가는 토요일에는 새벽연습을 마치고 학교수업을 받으러 가야하는 경우도 있다.
조해영 교사는 "초등부는 아직 전국체전에서 정식종목이 아니라 시범종목이어서 활성화가 안 되는 것 같다"며 "대학팀도 부족해 끝까지 하려는 아이들이 드물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선수지원이 미흡하고 인프라도 구축이 안 돼 있다 보니 중간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평창도 3회에 걸쳐 도전했는데, 지금부터라도 장기적인 선수육성과 저변확대를 위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특히 두뇌발달과 신체발달이 활발한 초등학생들에게 컬링은 매우 적합한 스포츠"라며 "어린 선수들이 가능성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사회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상미 기자 ysm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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