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장난감에 흔히 쓰이는 단추형 리튬전지를 아이들이 삼킬 경우 치명적인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했다.
5일 세브란스병원에 따르면 가슴통증과 구토 증상을 보여 최근 응급실을 찾은 2살 난 한 어린이의 엑스레이 촬영 결과(사진) 식도에 단추형 건전지가 있는 것이 발견됐다.
의료진은 응급 내시경으로 전지를 제거했지만, 삼킨 지 몇 시간이 경과한 탓에 식도와 기관지에 천공(구멍)이 생겼다. 아이는 11일 후 식도와 기관 천공을 막는 수술을 받았지만 식도가 많이 손상된 상태여서 결국 4달 후 장을 이용해 식도를 인공적으로 만들어주는 재건수술을 받고서야 회복할 수 있었다.
한석주 소아외과 교수(세브란스 어린이병원)는 "(삼킨 후) 늦어도 4시간 이내에 전지를 제거하지 않으면 식도 손상이나 천공 혹은 대동맥 파열 등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며 "단추형 전지는 크기가 작아 아이들이 먹어도 부모들이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항상 관리에 조심해야 하며, 만약 전지를 삼킨 경우 바로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단추형 전지를 삼키면 몸 안에서 누전이 발생해 전기적인 화상을 입게 된다. 식도나 위장계에 들어가면 화학반응을 일으켜 성대와 식도, 혈관 등에 손상도 줄 수 있다.
실제 미국에서는 6세 미만 아이들이 단추형 전지를 삼켰다는 보고가 매년 3500건 정도 접수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런 사례가 적지 않아 주의가 필요하다.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조사에 따르면 매년 40~90명의 아이들이 단추형 전지를 삼켜 응급실을 찾았다. 이 중 50% 정도는 식도에 걸린 채 도착해 내시경으로 제거했다.
세브란스병원에서 응급 내시경으로 단추형 전지를 제거한 아이들은 2008년 약 40명이며, 2009년 약 20명, 2010년 35명 정도다. 2011년 상반기만 17명에 달했다. 우리나라 전체로 보면 단추형 전지를 삼켜 병원을 찾은 아이는 연간 300명 이상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 교수는 "부모들이 주의를 기울일 수 있도록 전지 포장에 아이들이 먹지 못하도록 경고 문구를 넣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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