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소련 시절부터 러 대표 브랜드.. GM·폭스바겐과 경쟁에 박차
[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지난해 8월, 자타가 공인하는 러시아의 최대 실권자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는 극동 지역의 하바로프스크부터 시베리아 치타까지 2165km를 직접 차를 몰고 달렸다. 9월로 개통이 예정됐던 동부지역 고속도로를 직접 시찰하기 위해서였다.
그가 선택한 차는 러시아 최대 자동차업체 아브토바즈(Avtovaz)의 노란색 ‘라다 칼리나(Lada Kalina)’였다. 푸틴 총리는 함께 동행한 취재진들에게 편안한 승차감을 느꼈다면서 “이 차를 구입하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자동차산업에 대한 든든한 지원이자 아브토바즈에게는 그야말로 ‘최고의 광고’였다.
27일 블룸버그통신은 옛소련 시절부터 러시아제 자동차의 대표 브랜드였던 라다(Lada) 자동차가 자국 시장에 진출한 제너럴모터스(GM)과 피아트 등 글로벌 자동체업체들과의 경쟁을 위해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라다는 러시아산 자동차를 대표하는 가장 유명한 브랜드다. 1970년대 처음 소개되어 영국 등 유럽 여러 나라로 수출된 라다는 옛 동구권에서는 세련된 도시인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였다. 소련 붕괴를 전후해 경제가 어렵던 시기 라다 자동차는 전체 생산의 60%가 세계 시장에 수출되는 등 큰 역할을 했다.
‘2105’와 ‘2014’와 함께 라다의 클래식 모델 3종 중 하나인 모델 ‘2107’은 브레즈네프 집권기인 1982년에 처음 등장했다. 현재 2017의 가격은 20만6900루블(약7300달러)로 포드 포커스나 폭스바겐 폴로의 반도 안되는 수준이다. 2015와 2014 역시 아직도 시장에서 팔리고 있으며 가장 싼 차량은 17만8000루블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라다 자동차도 요즘 시대에 맞는 디자인의 ‘칼리나’나 ‘프리오라(Priora)’같은 새 모델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러시아 사람들에게 라다의 구형 모델은 여전히 인기가 높다. 각종 첨단 전자장비가 들어찬 외산 자동차는 수리하기도 어렵지만 구식 라다는 단순하고 유지비도 저렴하기 때문이다.
모스크바 VTB캐피털의 옐레나 사흐노바 애널리스트는 “라다 자동차의 최대 경쟁력은 저렴한 가격이지만 외국 브랜드와의 경쟁을 위해서는 기술의 현대화도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시장컨설팅업체 언스트앤영은 러시아의 경제성장에 힘입어 러시아 자동차시장이 3년 안에 독일을 제치고 유럽 최대 시장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 산업부도 2015년 자동차 판매 규모가 현재보다 73% 증가한 330만대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GM, 폭스바겐, 포드 등 해외 업체들 역시 러시아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브토바즈의 라다는 러시아 자동차시장 점유율 24%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나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GM의 러시아 시장 점유율은 8.9%이며 폭스바겐은 7.5%이지만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이 두 업체의 매출성장률이 라다를 앞질렀기 때문이다. 포드도 올해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공장을 신설하고 러시아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아브토바즈는 1530억 루블(약 54억달러)를 투자해 향후 3년안에 7종의 신차를 내놓는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아브토바즈 지분 25%를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 르노의 세단 ‘로건(Logan)’의 차대(chassis)를 도입해 새 모델을 개발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르노는 협력관계인 닛산자동차와 함께 라다·르노·닛산 세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을 현재 35%에서 2016년까지 40%까지 높일 계획이다.
이고르 부렌코프 아브토바즈 대변인은 “지난해 라다의 판매량은 56만4000대이며 2020년까지 판매량을 100만대까지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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