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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로운 대물림 꿈꾸는 필리핀 최고 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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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로운 대물림 꿈꾸는 필리핀 최고 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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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올해 상반기 필리핀의 경제성장률은 4.9%로 예년에 비해 좀 보잘것없었다. 무역 규모와 정부의 인프라 투자가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체 성장률은 8.4%였다. 그러나 주식시장은 여전히 활황이다. 지난해 이래 종합 주가지수가 27% 상승한 것이다.

미국에서 발간되는 경제지 포브스의 아시아판은 최신호(7월호)에 '필리핀 40대 부자' 리스트를 실었다. 증시 활황 덕에 이들의 총재산은 지난해 228억 달러(약 24조6000억 원)에서 올해 340억 달러로 늘었다.


올해 필리핀 최고의 부호 자리는 헨리 시(86·중국명 施至成)가 차지했다. 올해로 벌써 네 번째다. 화교(華僑)로 필리핀 최대 소매업체이자 쇼핑몰 운영업체인 'SM 프라임 홀딩스' 회장인 시의 재산은 지난해 50억 달러에서 올해 72억 달러로 증가했다. 고령으로 거동조차 힘든 그는 자녀들에게 모든 사업을 일임했다.

장녀 테레시타 시-코손은 대학 재학 중 SM 산하의 한 매장 계산대에서 처음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와 장남 헨리 시 2세는 그룹의 간판격인 SM 인베스트먼츠에서 부회장으로 일한다. 장녀는 금융, 장남은 부동산 부문을 이끈다. 차남 한스 시는 쇼핑몰을 운영한다.


테레시타는 과거 포브스와 가진 회견에서 가족을 "타고난 경영인들"이라고 표현한 뒤 "아버지가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웃은 적이 있다.


이들 자녀와 아버지는 격주로 모여 그룹 경영에 대해 의논하며 일요일이면 가족 모두 아버지의 저택에서 신선한 해산물로 점심을 먹는 것으로 유명하다.


중국 푸젠성(福建省) 태생인 시 회장은 13세 때 부모 손에 이끌려 필리핀 마닐라로 건너갔다. 2차 대전 종전 당시 부모의 구멍가게가 약탈자들에 의해 방화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그는 1946년 마닐라 키아포에서 신발가게를 열었다. 그리고 오늘날 필리핀 곳곳에 41개 쇼핑몰을 거느린 아시아 최대 쇼핑몰 운영업자로 '소매왕'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1950년 2년 과정의 파이스턴 대학 상과를 졸업한 가난뱅이 시 회장은 주로 필리핀에서 부를 쌓았다. 태평양상의 괌에 작은 쇼핑몰을 세운 것, 선조 대대로 살아왔던 고향에서 그리 멀지 않은 푸젠성 샤먼(廈門)에 10여 년 전 쇼핑몰을 연 것 말고 65년이 넘도록 필리핀 밖으로 벗어나본 적이 없다. 샤먼의 쇼핑몰은 지연에다 가족 모두 푸젠성 방언이 유창하다는 점을 활용해 세운 것이다.


노회장이 가장 애지중지하는 것은 '몰 오브 아시아'다. 마닐라에서 작은 신발 가게로 시작한 시의 소매업 경력 65년 중 최고 위업이 바로 몰 오브 아시아다. 38만㎡에 달하는 몰 오브 아시아를 건설하는 데 14년이 걸렸다.


필리핀에서 경영상태가 양호한 기업을 꼽으라면 흔히들 SM 그룹부터 가리킨다. 필리핀의 격동기 속에서 기업 제국을 일군 노회장으로서는 이제 명예로운 대물림밖에 바라는 게 없다.




이진수 기자 commu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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