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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 '일감 몰아주기' 쟁점은?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1분 57초

[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구체적인 방안이 확정된 바 없으며, 조만간 합리적인 과세 방법을 마련할 계획임을 알려드립니다."


지난 3월 31일 이후 6월까지 기획재정부 세제실은 한 달에 두 번 꼴로 이런 해명자료를 내놓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2차 공정사회 추진회의'에서 대기업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에 세금을 물리겠다고 공표한 뒤부터다.

지난해 자산규모 30대 그룹 중 총수의 자녀가 대주주로 있는 20개 비상장사의 매출은 7조4000억원. 이 가운데 계열사를 통해 발생한 매출은 3조4000억원으로 내부거래 비율이 46%에 이른다.


이렇게 비상장사를 세워 일감을 몰아주고 상속을 위한 종잣돈을 만드는 일, 일명 '일감 몰아주기'는 이미 재벌가에서 일반화된 편법 증여 수단이다. 기업 가치가 올라 얻는 이익은 대주주인 기업 총수 자녀들에게 거액의 배당금으로 돌아가지만, 현행법으론 세금을 물리기 어렵다.

대통령의 선전포고 이후 관심은 뜨겁다. 50억원 남짓으로 물류업체 글로비스를 세운 뒤 일감을 몰아줘 수 천억원 이상 주식 평가익을 거둔 현대차 그룹 등 대기업의 편법 상속 사례가 새삼 도마위에 올랐다.


높은 관심 속에 여론은 정책 입안 속도를 앞질러가는 중이다. 지난달 TFT를 구성한 재정부는 6월 셋째주 들어서야 첫 전체회의를 열고, 서너명 씩 소모임을 꾸려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았지만, 이미 결론이 난듯 각종 추측이 쏟아지고 있다.


재정부 세제실은 이런 분위기에 난색을 표한다. 세제실 관계자는 "치열한 논리전과 국회의 정치적 판단이 남아있어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며 "'정서법'이 '실정법'을 압도해 제·개정되면 법적 분쟁이 따르기 쉽다"고 했다. 세법이 헌법소원의 단골 메뉴가 되는 이유다. 통상 기존 세제를 다듬는 데 그치던 정권 말 세제개편에 지나치게 관심이 높아 부담이 크다는 속엣말도 들려온다.


김형돈 재정부 재산소비세정책관은 "가정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다 검토하고 있다"면서 "상속하는 자(아버지)보다는 상속받는 자(아들)가 세금을 내야 한다는 수준의 공감대는 이뤄졌지만, 구체적인 개념과 과세 근거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주가 상승분에 과세하는 방안은 여론의 지지를 받겠지만, 법률상 다툼의 여지도 있어 아직 결론내지 못한 상태"라고 했다. 8월 세제개편안에 담길 일감 몰아주기 과세 방안, 쟁점은 이렇다.


◆어디까지가 몰아주기 인가


일감 몰아주기는 개념 정의부터 쉽지 않다. 특수관계자와의 거래액이 전체 매출의 몇% 이상일 때 몰아주기로 볼지 명쾌하게 정리할 근거가 없다. 여러 아이디어가 제시되고 있지만, 시장 논리와 부딪친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품질과 가격 모두 경쟁력이 있어 많은 일감을 준 것'이라는 간단한 논리에 쉽게 흔들릴 수 있어서다.


◆모든 기업을 과세 대상으로 삼을 것인가


일감 몰아주기를 판가름할 기준이 합의된다 해도 과세 대상을 정하는 건 조심스러운 문제다. 기업 규모를 따지지 않고 모든 기업에 같은 기준을 적용할 경우 중소기업이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반발도 나올 수 있다.


◆무엇을 근거로 과세할 것인가


과세 대상을 한정해도 과세 근거를 따지는 복잡한 과정이 남아 있다. 정부는 ▲대기업 계열사가 동종 업체보다 비싸게 물품을 공급해 이익을 취하면 그 차액에 대해 과세하거나 ▲같은 값에 공급해도 대기업이 일감을 몰아줘 큰 이익을 챙긴 경우 몰아주기 물량에 추가 과세하는 방안 ▲주가가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급등한 경우 평가액 증가분에 과세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지만, 어떤 방식을 택할지 아직 결론내지 못했다.


◆세금, 물린다면 누가 내야 하나


앞의 쟁점들에 비하면 이 문제는 상당한 의견 접근을 본 상태다. TFT에 참여하는 민관 전문가들은 상속·증여세법을 손봐 수혜자, 즉 상속받는 아들 쪽에서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세제실 관계자는 "미국 등의 경우 상속 유인이 아버지 쪽에 있다고 봐 물려주는 쪽이 세금을 내지만, 국내 정서상 상속받는 쪽이 세금을 무는 게 맞다"고 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아들이 세금을 내야하는지, 아들이 출자한 회사가 세금을 내야하는지 여전히 기술적인 정리가 필요하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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