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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마하트마 간디와 반값 등록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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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마하트마 간디와 반값 등록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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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6월10일. 서울 도심 거리에 쏟아져 나온 대학생들은 시민들과 함께 한 가지 구호를 외쳤다. '호헌철폐 민주정부 수립'이 그것이다. 급기야 꽃다운 대학생이 최루탄에 맞아 쓰러지자 거리의 인파는 더욱 불어났다. 그때부터일까. 서울시청 앞 광장은 소통의 대명사가 됐다. 2002년 월드컵 열기도, 2008년 광우병 파동 당시의 촛불집회도 광장은 어머니의 자궁처럼 모순 덩어리들을 끌어안았다. 그리고 2011년 6월10일. 대학생들이 다시 광장에 모여들 태세다. 이번엔 자신들의 문제다. '반값 등록금'이 그것이다.


고려대와 서강대, 이화여대와 숙명여대 총학생회가 '반값 등록금' 실현을 촉구하며 정부에 선전포고를 했다. 7일 오후의 일이다. 오는 10일까지 정부 입장이 나오지 않으면 동맹휴업에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정부도 사태확산을 막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눈치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등록금 문제를 다루기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했고 야당은 당장 임시국회를 소집해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나섰다.

궁지에 몰린 대한민국 정부가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까. 이슈는 다를지 몰라도 같은 시기 대규모 시위가 예정된 일본도 고민은 마찬가지다. 대규모 지진해일로 인한 피해까지는 참을 만했다. 일본인 특유의 단합과 질서의식이 그 정도는 거뜬히 이겨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으로 불똥이 튀자 사정은 달라졌다. 일본 정부의 대응 태세가 문제였다. 방사능은 절대 누출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던 일본 정부의 고집이 사태를 악화시킨 것이다. 원자력은 절대 안전하다는 정부의 믿음을 좇은 일본 국민들은 뒤늦은 일본 정부의 피난 지시로 원폭피해를 입는 사례가 속출하기 시작했고, 피해 지역도 처음엔 반경 10㎞에서 30㎞까지 점점 확대됐다.

사태가 확산되자 일본 동북부 지역 주민들은 점점 패닉상태에 빠져들었다. 삶의 터전을 잃자 자식의 손을 잡고 무작정 서쪽으로 떠나는 피난행렬이 이어졌다. 정부가 정보를 은폐하고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고 국민을 속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난 것은 물론이다. 일본 정부가 잃어버린 것은 후쿠시마라는 광대한 토지가 아니라 주민들의 믿음이었다.


그 같은 후유증 때문일까. 사고발생 100일을 앞두고 오는 11일 일본 전역에서 '6ㆍ11 탈원전 백만인 액션'이라는 슬로건 아래 대규모 시위가 벌어질 예정이라고 한다. 시위의 핵심에 피난민들이 있음은 물론이다. 이들은 슬로건을 공유하면서 철저히 자발적이고 비조직적으로 일어나는 무브먼트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달 23일 일본 국회에서 의미있는 토론회가 열렸다. 사태해결을 위해서다. 이 자리에 나온 코이데 히로이키씨의 말을 옮겨본다. 마하트마 간디가 말한 7가지 '사회적 죄'가 그것이다. "첫 번째는 '이념 없는 정치'입니다. 정치가들은 충분히 이 말을 뼈에 새기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밖에도 많지요. '노동 없는 부' '양심 없는 쾌락' '인격 없는 지식' '도덕 없는 상업', 이것은 아마도 도쿄전력을 위시한 전력회사에 들어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인간성 없는 과학'이지요. 이것은 학문지상주의 세계가 지금껏 원자력에 통째로 가담해 온 것이 아니냐고 묻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헌신 없는 숭배'. 종교가 있으신 분들은 이 말을 가슴 깊이 새겨주셨으면 합니다."


오는 10~11일 서울과 도쿄에서 벌어질 예정인 동시다발적인 시위를 떠올리면 마음이 더욱 무거워진다. 믿음을 잃고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 많아서이다. 그것은 사회공동체와 그것을 지배하는 정부가 구성원을 보듬고 감싸안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 주요 원인일 것이다. '반값 등록금' 문제도 마찬가지다.






황석연 사회문화부장 sky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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