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데스크칼럼]마하트마 간디와 반값 등록금

시계아이콘01분 35초 소요

[데스크칼럼]마하트마 간디와 반값 등록금
AD

1987년 6월10일. 서울 도심 거리에 쏟아져 나온 대학생들은 시민들과 함께 한 가지 구호를 외쳤다. '호헌철폐 민주정부 수립'이 그것이다. 급기야 꽃다운 대학생이 최루탄에 맞아 쓰러지자 거리의 인파는 더욱 불어났다. 그때부터일까. 서울시청 앞 광장은 소통의 대명사가 됐다. 2002년 월드컵 열기도, 2008년 광우병 파동 당시의 촛불집회도 광장은 어머니의 자궁처럼 모순 덩어리들을 끌어안았다. 그리고 2011년 6월10일. 대학생들이 다시 광장에 모여들 태세다. 이번엔 자신들의 문제다. '반값 등록금'이 그것이다.


고려대와 서강대, 이화여대와 숙명여대 총학생회가 '반값 등록금' 실현을 촉구하며 정부에 선전포고를 했다. 7일 오후의 일이다. 오는 10일까지 정부 입장이 나오지 않으면 동맹휴업에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정부도 사태확산을 막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눈치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등록금 문제를 다루기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했고 야당은 당장 임시국회를 소집해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나섰다.

궁지에 몰린 대한민국 정부가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까. 이슈는 다를지 몰라도 같은 시기 대규모 시위가 예정된 일본도 고민은 마찬가지다. 대규모 지진해일로 인한 피해까지는 참을 만했다. 일본인 특유의 단합과 질서의식이 그 정도는 거뜬히 이겨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으로 불똥이 튀자 사정은 달라졌다. 일본 정부의 대응 태세가 문제였다. 방사능은 절대 누출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던 일본 정부의 고집이 사태를 악화시킨 것이다. 원자력은 절대 안전하다는 정부의 믿음을 좇은 일본 국민들은 뒤늦은 일본 정부의 피난 지시로 원폭피해를 입는 사례가 속출하기 시작했고, 피해 지역도 처음엔 반경 10㎞에서 30㎞까지 점점 확대됐다.

사태가 확산되자 일본 동북부 지역 주민들은 점점 패닉상태에 빠져들었다. 삶의 터전을 잃자 자식의 손을 잡고 무작정 서쪽으로 떠나는 피난행렬이 이어졌다. 정부가 정보를 은폐하고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고 국민을 속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난 것은 물론이다. 일본 정부가 잃어버린 것은 후쿠시마라는 광대한 토지가 아니라 주민들의 믿음이었다.


그 같은 후유증 때문일까. 사고발생 100일을 앞두고 오는 11일 일본 전역에서 '6ㆍ11 탈원전 백만인 액션'이라는 슬로건 아래 대규모 시위가 벌어질 예정이라고 한다. 시위의 핵심에 피난민들이 있음은 물론이다. 이들은 슬로건을 공유하면서 철저히 자발적이고 비조직적으로 일어나는 무브먼트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AD

지난달 23일 일본 국회에서 의미있는 토론회가 열렸다. 사태해결을 위해서다. 이 자리에 나온 코이데 히로이키씨의 말을 옮겨본다. 마하트마 간디가 말한 7가지 '사회적 죄'가 그것이다. "첫 번째는 '이념 없는 정치'입니다. 정치가들은 충분히 이 말을 뼈에 새기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밖에도 많지요. '노동 없는 부' '양심 없는 쾌락' '인격 없는 지식' '도덕 없는 상업', 이것은 아마도 도쿄전력을 위시한 전력회사에 들어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인간성 없는 과학'이지요. 이것은 학문지상주의 세계가 지금껏 원자력에 통째로 가담해 온 것이 아니냐고 묻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헌신 없는 숭배'. 종교가 있으신 분들은 이 말을 가슴 깊이 새겨주셨으면 합니다."


오는 10~11일 서울과 도쿄에서 벌어질 예정인 동시다발적인 시위를 떠올리면 마음이 더욱 무거워진다. 믿음을 잃고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 많아서이다. 그것은 사회공동체와 그것을 지배하는 정부가 구성원을 보듬고 감싸안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 주요 원인일 것이다. '반값 등록금' 문제도 마찬가지다.






황석연 사회문화부장 skyn11@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