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스팩 합병, '진퇴양난'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6초

투자자 보호장치, 스팩합병에 걸림돌 작용

[아시아경제 천우진 기자] 투자자 보호를 위해 마련한 스팩의 주식매수청구권이 오히려 합병의 걸림돌이되고 있다. 주가부진이 이어지자 주요기관투자자들이 합병반대에 나선것.


국내 첫번째 합병사례로 관심을 모은 대신증권그로쓰스팩(대신스팩)은 지난 2일 합병결의를 위한 임시주총을 연기했다. 증권시장 환경이 비우호적이라고 이유를 밝혔지만 속내는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합병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투자자들의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 가장 우선적인 일이다. 스팩 주가가 부진할 경우 안정적인 수익을 위해서 반대매수청구를 행사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연한 일을 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합병에 성공한 다른 HMC스팩1호 신영스팩1호 등도 현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가를 밑돌고 있는 점이다. 주주들이 스팩종목의 지속 약세에 베팅한다면 각 스팩의 주주들도 주총에서 합병 반대의사를 밝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스팩제도는 비정상적인 우회상장 문제를 해소하고 새로운 투자상품을 발굴하기 위해 지난해 처음 도입했다. 1년간 성과가 없다는 지적을 뒤로하고 최근에는 합병결정을 속속 발표하고 있지만 주가는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신스팩의 경우처럼 합병결의 직전에 난항을 겪는 일도 발생했다.


일각에서는 초기 시행과정에서 스팩 본래 기능의 활성화 보다는 투자 보호를 위한 규제장치가 과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연이은 스팩종목의 하락으로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합병이 무산되거나 비용지급 때문에 당초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


최근에는 투자자 보호가 더 강화된 모습이다. 주가가 하락하면 공모가 수준에 맞춰 매수청구가격을 결정하는 조항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올해 1월 상장한 케이비게임앤앱스팩은 매수청구가격이 공모가를 밑돌면 공모가 수준으로 매수청구가격을 결정해 투자 원금 회수할 수 있는 조항을 뒀다.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하고 오는 28일 상장 예정인 한양BHE스팩도 최근 이 조항을 추가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제도적 차원에서 의무적으로 도입한 조항은 아니다"라며 "다만 최근 매수청구가격이 공모가를 하회하는 경우가 발생해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고 스팩측에서는 투자자 불안감 불식을 위해 자체적으로 도입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현재상황에서 원활한 합병절차를 위해서는 스팩측에서 주주들을 납득시킬만한 우량회사를 선택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회사간 합병에는 반대의견을 지닌 주주를 위해 주식매수청구권리가 주어진다. 스팩도 합병을 전재로 하기 때문에 이 조항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결국 제도 개선을 통해 원활한 합병진행보다는 스팩들이 자구책을 모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순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아직 1세대 스팩들의 합병 과정이 완전히 마무리된 곳이 없다"며 "진행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보완할 필요는 있지만 초기단계에서 바로 투자자 보호조항을 완화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천우진 기자 endorphin00@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