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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호킹' 이상묵 교수, 38억 손배소 승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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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호킹' 이상묵 교수, 38억 손배소 승소 이상묵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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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한글 음성인식 프로그램' '입으로 켜고 끌 수 있는 IPTV 개발'


장애인 교육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서울특별시 복지상 장애인 분야 대상을 수상한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이상묵(49) 교수의 활약상이다. 성과는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해양지구 물리학 발전과 장애인 복지 향상에 기여한 공로로 지난 2009년 샌프란시스코 시의회가 주는 특별 공로상(BSA)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자신을 장애인으로 만든 자동차 제조회사와의 법정 소송에서 이겼다. 무려 38억 원에 이르는 거액이다.


18일 서울대 등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카운티 법원은 이 교수가 차량 전복사고로 전신마비가 됐다며 차량 제조사인 포드 자동차와 차량 개조업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포드사는 이 교수에게 278만 달러(약 30억 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차량을 야외 조사용으로 개조한 업체에도 피해 책임을 인정해 77만5000달러(약 8억 원)를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사건의 발단은 5년 전인 지난 2006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교수는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과 함께 야외지질조사 프로젝트를 한창 진행 중이었다. 학생들에게 과학자의 자세를 가르치기 위해 그가 직접 추진한 사업이었지만 불행은 7월2일 아무런 예고 없이 닥쳤다.


야외 지질연구의 마지막 코스였던 데스밸리(Death Valley)로 향하던 중 사막 한가운데에서 그가 몰던 차가 전복되고 만 것이다. 이 사고로 이 교수는 네 번째 척추가 완전히 손상돼 전신이 마비되었고, 사랑하는 제자 한 명을 잃어야 했다.


사고 뒤 사경을 헤매는 동안 이 교수는 여러 형태의 죽음을 경험했다. 처음에는 왜 여기까지 오게 해 놓고 갑자기 무대에서 끌어내리느냐며 알 수 없는 어떤 존재를 원망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자 그는 하늘이 자신을 돌려보낸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데 생각이 미쳤다. 아직 완성하지 못한 과학자로서의 꿈도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신은 과학자로 활동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것들을 그에게 남겨 놓았던 것이다. 생각할 수 있고, 말할 수 있으며, 뺨을 움직이고 입김을 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행운이라 여겼다.


무게로 따지면 0.1그램도 안 될 것 같은 희망에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다. 이 교수는 그 같은 희망에 힘입어 사고 후 6개월 만에 전신마비 장애 판정을 딛고 일어서 활발하게 강의와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이 교수는 이런 성과를 토대로 사고 이후 자신의 인생관과 재활 당시의 경험 등을 담아낸 자서전 '0.1그램의 희망'을 출간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책 판매 수입금 전액은 당시 숨진 제자의 이름을 딴 장학금으로 기부했다.


한편 숨진 제자의 유족은 2008년 사고 차량을 운전한 이 교수와 서울대, 미 캘리포니아 공대(Caltech), 포드사 등을 상대로 2000만 달러(약 218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으나, 2009년 소를 취하했다고 서울대 관계자는 밝혔다.




이상미 기자 ysm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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