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국민연금이 올 들어 처음으로 해외기업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위한 세부지침을 마련한 가운데 해외 유수기업의 주주총회에서 일부 사안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는 등 적극적인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최근 열린 화이자, 필립모리스, 스탠다드차타드 등 해외기업 3곳의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했다고 15일 밝혔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보유한 해외주식 총액의 보유 비중이 0.5%를 넘거나 회사 발행주식의 1% 이상일 경우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의결권 행사내역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최근 열린 화이자의 주주총회에서 제프리 킨들러 전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보상안과 정치자금 기부내역과 의료개혁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한 회사 입장 공개, 의약품가격 인상제한 방침 채택, 동물실험 보고와 감축계획 채택 등 5개 안에 대해 반대의견을 냈다.
공단은 스스로 사임한 킨들러 전 CEO에게 강제퇴직자에 상승하는 보상액이 책정됐다는 점과 재임기간 회사 실적이 저조했던 점 등을 감안해 보상안에 반대표를 던졌다고 밝혔다.
또 정치자금 기부내역과 사회 이슈에 대한 회사 입장 공개에 대해서는 이미 화이자가 충분한 정보를 공개하고 있는데다 추가공개에 드는 비용이 과다하다는 점을 들어 반대의견을 냈다고 설명했다. 의약품 가격 인상제한 방침 요구안은 회사의 가격책정 유연성이 훼손되고 경쟁업체 대비 경쟁력 상실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공단은 그러나 다른 임원 재선임 등 4건에는 찬성의견을 냈다.
지난 11일 필립모리스의 주주총회에서 공단은 다른 기업의 대표 등을 겸하고 있는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사외이사 선임안에 대해 과도한 겸임을 이유로 들어 반대의견을 냈다. 일부 주주들이 담배광고가 저소득층에 미치는 영향을 보고해달라는 요청에는 회사의 광고가 정부기준에 부합하고 이미 상당한 정도의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면서 반대했다.
공단은 또 스탠다드차타드의 임원 보상안에 대해서도 보상과 성과의 연계성과 공시수준이 미흡하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박혜정 기자 par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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