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4월 '물가대란'이 시작됐다.
지난해 이상 기온으로 인한 작황 부진으로 과일, 채소 등 신선식품 가격이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구제역 사태와 일본 지진 여파로 돼지고기, 생선 가격도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유가 등 국제 원자재값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함에 따라 설탕과 밀가루 등 국내 소재식품 가격도 결국 인상됐다.
최근에는 과자와 음료 등 2차 가공식품의 인상이 줄을 잇고 있으며 특히 제품 리뉴얼을 이유로 가격을 슬그머니 올린 '편법 인상'까지 발생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4월에는 과자, 빵, 라면 등 서민들이 즐겨 찾는 식품 가격이 줄줄이 오를 것으로 예상돼 본격적인 '물가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해태제과는 6일부터 에이스 홈런볼 오예스 등 과자 24종의 가격을 평균 8% 올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편의점 가격 기준으로 오예스(336g)는 3600원에서 4200원으로, 맛동산(85g)과 피자감자칩은 1200원에서 1400원으로 인상될 예정이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원재료 가격이 급등해 최고 20%까지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했지만, 물가 안정을 위해 회사 차원에서 인상요인을 흡수해왔다"면서 "급속히 악화되는 경영여건을 극복하기 위해 인상폭을 최소화하고 4개 품목에 대해서는 가격을 인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해태제과에 이어 롯데제과, 오리온, SPC그룹 등도 현재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며 빠르면 이달 중 8% 내외로 올릴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달 31일 편의점에 들어가는 사이다와 펩시콜라 등 납품가를 5~10% 올리기로 했다.
편의점의 인기 품목인 삼각김밥, 패스트푸드점에서 판매하는 햄버거, 도넛 등의 가격도 올랐다. 하지만 문제는 제품 리뉴얼을 이유로 가격을 올리는 '편법 인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
GS25는 최근 '삼각김밥=700원'의 공식을 깼다. 이름 앞에 '뉴'를 붙이고 용량을 6g 늘리는 리뉴얼을 단행한 후 700원이던 삼각김밥을 800원에 판매하고 있는 것.
GS리테일 측은 "재료 양을 늘린 새로운 제품"이라고 밝혔지만 소비자들은 기존 제품과 별 차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700원 짜리 삼각김밥을 거의 없앴다는 점에서 가격 인상을 위한 리뉴얼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훼미리마트도 현재 대다수 삼각김밥을 800원에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버거킹은 지난달부터 와퍼 세트는 6500원에서 6600원으로, 와퍼주니어 세트는 5100원에서 5200원으로 각각 인상했다. 던킨도너츠는 1일부터 베이글 종류를 100원씩 올렸고, 미스터도넛도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식품업계는 원재료 가격 급등이 이미 회사 차원에서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입장이다. 특히 물가 안정을 부르짖던 정부가 최근 설탕과 밀가루 가격 인상을 용인함에 따라 다음은 가공식품 차례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강력한 압박에 억눌렸던 설탕, 밀가루 등 소재식품들이 순차적으로 인상된다는 것은 정부의 동의가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면서 "현재 몇몇 식품업체들이 가격 인상폭을 놓고 의견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은 지난달 설탕 출고가를 10% 가까이 올렸으며 동아원은 5일부터 밀가루 출고가를 평균 8.6% 인상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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