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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이명박 화해' 10년 전 비화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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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이명박 화해' 10년 전 비화 공개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생전 정장을 입고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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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정일 기자]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존경받는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가까이 있는 사람일수록 정주영 회장을 진정으로 존경했다. 정 회장은 위기를 기회로 포착할 줄 아는 본능적인 순발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 타계 이후 열린 한 강연에서 고인에 대한 깊은 존경심과 애틋함을 내비치며 '화해'를 모색했던 비화가 10년 만에 공개됐다. 정 회장과의 갑작스런 결별로 속앓이를 해야 했던 이명박 대통령이 고해성사를 하듯 털어놓은 10년 전 고백은 정 회장 타계 10주기와 맞물려 잔잔한 감동을 남기고 있다.

장만기 인간개발연구원 회장은 31일 오전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 1686회 조찬강연에 앞서 기자를 만나 "10년 전 이명박 당시 동아시아연구원 이사장이 조찬강연에서 정 회장을 회고한 강연 자료를 최근 회원들에게 공개했다"고 말했다. 장만기 회장은 "이명박 이사장은 이제 대통령이 됐고 정주영 회장은 타계 10주기를 맞아 과거를 정리할 시점이 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비화를 공개한 배경을 설명했다.


'떠난 정주영'과 '남은 이명박'이 해후한 2001년 6월7일 조찬강연(1199회)은 이 대통령이 불운의 사건으로 의원직에서 물러나 재기를 암중모색하던 시절에 이뤄졌다.

장만기 회장에 따르면, 정 회장이 타계한 다음날 새벽에 조용히 조문을 마치고 돌아온 이 대통령을 시내 한 호텔에서 만난 장 회장은 "사자(死者)는 말이 없는 법이지만 고인이 된 정 회장과 영혼의 화해를 시도하는 게 좋겠다"고 조심스럽게 제안했고, 이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그날의 조찬강연(강연 제목 '정주영의 경영철학,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이 성사된 것이다.


'정주영-이명박 화해' 10년 전 비화 공개 이명박 대통령(오른쪽)과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가운데)이 지난해 4월 8일 현대제철 일관제철소 준공식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강연에서 "나는 정주영 회장의 기업가 정신이 개발 시대에만 맞는 것이 아니라 어떤 시대에도 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는 무조건 밀어붙인 사람이 아니라 정확한 계산을 한 다음에 실행에 옮겼던 인물"이라고 회고했다.


이어 1977년 당시 35세의 일개 사원이었던 자신을 현대건설 사장에 임명한 뒤 정 회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던 "(정 회장이 자신을) 신입사원으로 뽑았는데 과장 일을 하고, 과장을 시켰더니 부장 일을 하고… 상무를 시켰더니 사장 일을 하더라. 그 사람이 하는 일에 맞춰 발령을 낸 것 뿐"이라는 발언을 그대로 인용하면서 잠시 회상에 젖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정 회장과 각을 세우게 된 '1992년 대통령 출마 반대'에 대해서도 속내를 털어놨다. 이 대통령은 "'회장님이 대통령이 안 될 것이라는 게 아니라 회장님이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애정과 충정으로 직언했다"면서 "현대가 정권을 잡으면 삼성과 대우 등 다른 기업도 같은 생각을 갖게 되고, 이는 나라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0년 비화를 공개한 장 회장은 "한 사람은 한국 경제를 일으켜 세운 신화의 주역이고 다른 한 사람은 미래 선진 대한민국을 일구는 정치인"이라며 "10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이명박 대통령의 당시 강연은 두 사람간 해원과 상생의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이정일 기자 ja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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