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총재 "한은 금융안정기능 확대해야"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우리 중앙은행의 금융안정 기능 확대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김 총재는 취임 1주년을 맞아 지난 29일 가진 만찬 모임에서 "우리는 세계 트렌드로부터 크게 벗어나 있다"며 "통화신용정책만 담당하는 중앙은행은 전 세계에 한국, 일본, 캐나다 세 나라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앙은행이 하는 역할 중에 가장 큰 것은 말할 나위 없이 통화신용정책"이라면서도 "다른 나라는 금융위기의 핵심 키워드인 구조적 리스크(Systemic Risk) 대처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세 나라를 제외한 전 세계 거의 모든 은행이 이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중앙은행, 재무부, 감독기구가 협의해 거시건전성정책(Macroprudential Policy) 담당을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은에도 금융안정기능을 추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한은법 개정안은 1년째 국회 법사위에 계류된 채다.

김 총재는 중앙은행의 역할 변화에 대해 '조직이기주의'로 보는 시선을 경계하는 한편, 조직원들에게는 '열심히 일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한은 역할 확대에 대해)언론이나 제 3자들이 볼 때 '기관이기주의, 조직이기주의 아니냐' 이렇게 나온다"며 "우리 직원들은 불을 끄지 말고 준비를 해서 거시건전성정책 준비를 하고, 헌신적으로 우리 실력을 닦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원들이 다 그러듯 얌체같이 9시에 나와서 6시에 나가고, 돈만 많이 받고 이런 인상으로(비춰져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향후 조직운영에 대해서는 경영인사위원회를 십분 활용할 뜻을 밝혔다. 김 총재는 "인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인재개발원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운용할지, 외자운용원을 어떻게 할지 등의 방식을 경영인사위원회에 위임하겠다"고 말했다. 경영인사위원회는 부총재보급을 위원으로 부총재가 주재해 추진하는 고위급 의사결정체다.

물가안정을 담당한 한은 총재로서 그간 느낀 소회도 털어놨다. 그는 "중앙은행은 외로움을 견딜 수 없는 사람은 근무해서는 안 되는 곳이다. 항상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고, 무차별적인 거시경제정책에 대한 이해상충 결과가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라며 "인내심이 있어야 하 고, 옳은 판단을 할 수 있는 실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