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등 6개 현대차그룹 계열사가 어제 1585개 협력사와 동반성장협약을 체결하고 앞으로 1년간 4200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하도급 대금을 매달 4회에 걸쳐 100% 현금으로 결제해주고 경영지원을 하며 철판 등 주요 원자재를 대량 구매해 협력사에 공급해주는 것 등이 주요 내용이다.
지난달 동반성장위원회가 동반성장지수 평가대상으로 발표한 56개 대기업 중 현대차그룹이 첫 테이프를 끊은 것이다. 뒤이어 삼성과 LG 등 다른 기업들도 4월 말까지 동반성장협약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사퇴 의사를 표명하는 등 오락가락한 데다 이익공유제 및 동반성장지수 공개를 놓고 대기업들의 반발이 불거지면서 정부의 대ㆍ중소기업 간 동반성장 자체가 좌초될까 우려됐었다. 이런 상황에서 전열을 가다듬어 첫 성과를 거두게 된 것은 다행이다. 대기업들의 참여를 더 유도하기 위해 동반성장 이행 여부를 평가하는 공정거래위원회는 자금지원 목표를 매출액의 0.8%에서 0.6%로 낮춰주면서 기업들을 달래고 있다. 그러면서도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공정거래 및 동반성장이 기업문화로 체화되기 위해서는 대기업 총수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며 이례적으로 직접 15개 대기업 총수를 만나 드라이브를 더 걸 예정이라고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 조건은 어찌 보면 단순하다. 즉, 중소기업으로부터 납품을 받는 대기업이 적절한 대가를 제때 지불하면 된다. 이런 기본적인 조건이 지켜지지 않고 한쪽이 부당하게 갑(甲) 지위를 행사해 쥐어짜니 문제가 된 것이다.
얼마 전 안철수 KAIST 석좌교수는 "한국의 중소기업은 삼성ㆍLGㆍSK 등 해당 대기업에만 납품한다는 식의 계약을 울며 겨자 먹기로 맺는다"며 "그 순간 '삼성 동물원' 'LG 동물원' 'SK 동물원'에 갇히고 결국 동물원에서 죽어야만 빠져나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기업은 중소기업들에 예속을 강요하지 말고 경쟁력을 키워주어야 한다. 대기업 총수들이 구호만 외친다고 될 일도 아니다. 중소기업을 제대로 대우하도록 대기업 실무자들의 의식과 평가방식을 바꿔주어야 한다. 그러면 계산도 어려운 동반지수를 만들어 굳이 순위별로 공개하지 않아도 동반상생이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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